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레고랜드 호텔은 엘리베이터부터 투숙객의 눈길을 끕니다. 엘리베이터 내부가 레고 캐릭터로 디자인된 데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아바(ABBA)의 ‘댄싱퀸’ 노래가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객실이 있는 층에 올라갈 때까지 노래와 함께 미러볼이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투숙객들의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행에서 호텔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입니다. 코로나 전만 해도 잠을 자는 데 그쳤던 게 이제는 호텔에서 지내는 시간까지 여행, 관광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색 콘셉트의 호텔, 리조트일수록 엘리베이터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되죠.
레고랜드 호텔은 이같은 엘리베이터를 ‘디스코 엘리베이터’라고 부릅니다. 전 세계 레고랜드 호텔에서 노래는 다르지만 디스코 엘리베이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댄싱퀸과 함께 △YMCA △Car Wash △Funky Town △Staying Alive △Beat Around △Hustle △Family 등 디스코풍의 다양한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해외 크루즈 선박에서도 화려한 엘리베이터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으로 출항하는 이탈리아 선사의 코스타 세레나호의 경우 엘리베이터 내외부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봄 직한 이미지들로 디자인됐습니다. 여행객들은 여행 내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면서 이탈리아 국적의 크루즈를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까지 신경 쓴 이같은 모습은 국내 호텔 리조트 업계에서는 사실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호텔 전문가 한이경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는 책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서 “이동에만 신경 쓸 뿐 거의 눈길을 두지 않기 십상인 엘리베이터 내부 공간은 진입과 이동의 단계에서 공간 경험의 흐름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호텔 디자이너들이 심혈을 기울인 결과물”이라며 “호텔 전반을 아우르는 디자인과 동일한 언어로, 내부 공간에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해외) 호텔들의 고민은 진작부터 치열하다”고 말합니다. 이어 “아쉽게도 한국의 호텔에서는 아직 이런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며 “인식도 부족하고 대안도 없으니 대부분 기성품으로 나온 캡(엘리베이터)을 그대로 사용한다. 결국 호텔 전체 디자인과 엘리베이터 내부 디자인에 이질감이 생기고 만다”고요.
앞으로 국내외 여행을 가실 계획이라면 관광지, 호텔 방·수영장 외에 묵고 있는 호텔·리조트의 엘리베이터가 어떤지도 한 번 보시면 어떨까요. 캐리어를 끌고 빨리 침대에 눕기 위해 타는 이동 수단에서 벗어나 재미를 주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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