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소비 위축까지 심화하는 양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 시간) “중국 경제성장의 오랜 원동력이었던 부동산 시장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최대 명절인 춘제(설날)를 맞이해서도 소비에 주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올 1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8%로, 시장에서는 이를 디스인플레이션 내지 디플레이션의 고착화와 함께 국내 소비의 침체를 보여주는 증거로 보고 있다. 루이스 루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낮은 가격은 소비자 구매력을 높이지만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며 “사람들이 디플레이션에 대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구조적 추세의 시작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12월 중국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6%가 지난 6개월간 적어도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카테고리에서 소비자가 더 비싼 브랜드로 업그레이드하기보다 저렴한 브랜드로 낮추는 양상이 두드러졌다고 모건스탠리는 덧붙였다. 이는 경기 위축으로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으로, 이번 조사에서 향후 6개월간 가계 재정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최근 12개월래 가장 낮은 45%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소비시장 분석가인 장야링은 “중국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하며 받아들이는 프리미엄의 수준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관영 매체들은 춘제를 맞아 관광·문화 소비가 활발해졌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쏟아내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을 인용해 춘제 연휴가 시작된 10일 기준으로 중국 각지의 관광지 입장권 예약 주문이 전년 대비 300%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여행 주문은 102%, 공항 픽업 주문은 75%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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