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결혼한 지 5년 만에 첫째 아이를 낳은 30대 산모 강 모 씨는 산후조리원 퇴원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무겁다. 남들도 으레 이용하는 산후조리원이지만 400만 원에 가까운 비용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부를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2주간 지내면서 수백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산후조리원 이용 비용이 직장인 평균 월급을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과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으로 저출생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점을 고려할 때 양육 초기 경제적 부담을 줄여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20~40대 산모 101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후조리원 이용 비용은 2주 기준 평균 370만 원으로 조사됐다. 동일 기준 가장 비싼 곳은 1330만 원이었고 가장 싼 곳은 150만 원으로, 비용 차이가 무려 10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편차가 컸다. 2022년 귀속 근로자 1인당 평균 월급이 351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산모들은 아이를 낳자마자 큰 짐을 떠안고 육아를 시작하는 셈이다.
산후조리원 비용이 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묻는 질문에 ‘0~10%’라는 답변이 전체의 55%였고 ‘10~20%’가 28%로 그 뒤를 이었다. 연봉의 ‘20~40%’를 지출한다는 산모도 15%에 달했다. 실제 산모들은 산후조리원 비용에 큰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65%가 ‘비용이 과도하게 비싸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두 아이를 낳은 40대 산모 A 씨는 “아이들을 키우는 데 많은 돈이 드는데 몸 푸는 비용부터 비싸니 또 아이를 낳는 게 겁이 난다”며 “산후조리원 두 곳을 이용해봤는데 프로그램보다 내부 상황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어 ‘가격 뻥튀기’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후조리원의 가격 상승을 민간업체들이 주도하는 만큼 정부가 양육 초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공공 산후조리원 등을 적극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저출생 요인은 절대적 비용이 아닌 서비스 격차에 있다”며 “공공 산후조리원 확대는 양육비를 절감해주고 지방의 취약한 육아 인프라 문제를 개선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