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 중인 정부가 강온 전략을 동시에 펴자 의료계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대규모 단체행동에 나서지 못하면서도 더욱 강력한 리더십으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편에서는 커지며 지도부를 비판하는 등 ‘내홍(內訌)’을 겪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1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죽음을 마주하며 쌓여가는 우울감,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시간과 최저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며 “20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전공의 신분 종료로) 이후에는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어 3월 20일까지만 회장 업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현재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2년 차 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다.
다만 박 회장은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거론한 데 이어 개별 사직서 제출이라도 사전에 공모했다면 집단행동으로 간주한다고 경고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대전협은 12일 장시간 회의를 열고 집단행동에 나서자는 내용도 논의했으나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정원 확대 국면에서 전공의들이 신중해졌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반면 투쟁에 소극적이던 박 회장이 물러나면서 투쟁을 주도할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한편에서는 커지고 있다. 박 회장의 SNS에는 “(3월 20일은) 너무 늦다, 빠른 시일 내에 무기한 총파업 돌입하라” “항복 선언이다. 개별 행동하겠다” “박단 이 친구 박민수(복지부 2차관) ‘프락치’다” “사퇴를 일찍 하고 좋은 리더에게 위임하라” 등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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