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인공위성을 요격하기 위해 핵무기의 우주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정보를 미 정보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 의회 지도부는 이를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우주 핵무기가 현실화할 경우 위성을 기반으로 하는 각종 안보 시스템과 군사 작전들이 파괴될 수 있다. 특히 우주 핵무기가 지상 공격용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세계 핵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은 14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오늘 하원 정보위원회는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에 관한 정보를 모든 의원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전 행정부와 의회, 동맹국들이 대응책을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조 바이든 대통령이 관련 정보에 대한 기밀을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터너 위원장은 위협의 실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의원들과 면담이 예정돼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는 미 의회 내에서 비밀 정보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 8명의 지도자 그룹이 ‘갱 오브 에이트’를 이른다. 설리번 보좌관은 “터너 의원이 면담을 앞두고 먼저 공개적으로 나와서 놀랐다”며 “(미 국민이 위협에 우려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곧바로 ‘예스’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터너 위원장의 발언 이후 ‘안보 위협’이 러시아의 핵무기 능력과 관련됐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ABC 등 외신들은 미 정부가 우주에 핵 위성 시스템을 배치하려는 러시아의 군사 능력과 관련한 새로운 정보를 획득했다고 전했다. CNN은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핵무기를 궤도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국제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ABC뉴스 역시 앞서 러시아가 위성 요격 핵무기를 우주에 배치하려고 있는 것이 해당 위협과 관련돼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위성 핵 무기 배치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의 민간 통신은 물론 우주 감시 체제 및 군사 통제 작전 등이 모두 파괴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군축 조약을 잇따라 폐기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한 데 이어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에서 탈퇴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러시아가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려 한다는 보도에 대해 백악관의 계략이라고 일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대는 법안에 찬성하도록 하려는 게 분명하다”며 “백악관이 어떤 계략을 쓰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 역시 “미국이 악의적인 날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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