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에 고래가 나타났다.”
최근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고래’로 더 유명합니다. 고래는 호텔과 아레나로 이어지는 길 천장에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에 나오는 미디어 아트 ‘오로라’에서 선보이는 콘텐츠입니다. 주말이면 길이 150m 되는 리조트 공간에 고래를 보려는 방문객들로 가득 찰 정도입니다. 리조트 오픈 한 달 만에 SNS에 오로라 관련 게시물은 1만5000여 건을 넘어섰습니다. SNS 성지로 급부상하면서 SNS에 올라온 고래를 보기 위해 인스파이어로 발길이 계속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여행 업계에서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SNS에 올라온 사진, 영상을 보고 여행지를 결정하고 코스를 짜는 게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여행사 깃발 따라 수십 년째 틀에 박힌 관광지만 다니는 단체 여행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에 맞춰 이색 관광지를 다니는 개별 여행으로 트렌드가 바뀐 점도 SNS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제주도에서 만난 싱가포르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기자에게 제주도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로 협재 해변에 위치한 작은 카페를 꼽았습니다. 한라산 설경이나 오름, 바다를 기대했는데 말이지요. 심지어 그가 추천한 카페는 주택가 안쪽 깊숙이 위치해 가다가 우연히 방문할 법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카페는 이미 SNS상 한국인들 사이에서 ‘핫한’ 카페였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역시 한국으로 여행 오기 전 SNS를 보고 방문을 마음먹었고 카페에 다녀온 후 바로 그의 SNS에 바로 인증 사진을 올렸다고 했습니다.
여행사, 호텔 등 업계 관계자들이 수시로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 들어가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틱톡은 무조건 보고 최근에는 오픈카톡방도 확인하면서 뭐가 트렌드이고 어떤 곳이 파트너가 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남이섬 일일투어에 어비계곡이 포함된 게 대표적입니다. 가평 어비계곡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겨울철 계곡 물이 얼어 빙벽이 되는 곳입니다. 명소이긴 하나 그간 교통편 등을 이유로 투어 상품으로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틱톡 등에서 어계곡 콘텐츠가 퍼지면서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자 플랫폼과 여행사들이 남이섬 코스에 어비계곡을 넣어 대응에 나섰습니다.
물론 여행의 만족도, 질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SNS만 보고 갔다가 다른 모습에 실망하는 경우도 있고 SNS의 인증사진을 올리기만 좋을 뿐 그 외에 ‘무언가’가 빠진 여행지들도 있습니다. SNS를 활용해 더 많은 여행객을 유인하도록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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