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우후죽순 집단 사직 의사를 밝힌 가운데, 정부가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 사직·연가 불허, 필수의료 유지 명령을 내리며 강경하게 대치하는 모양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빅5(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세브란스병원)’ 병원 전공의 전원은 오는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원광대병원 전공의 126명은 지난 15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까지 10개 병원 전공의 23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빅5 병원 의사 중 전공의의 비중은 39%에 달한다. 전공의들은 대학병원 응급·수술 현장 일선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어 이들의 단체 행동에 따른 파급력도 크다. 2020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할 때도 80%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에 돌입하면서 ‘의료 패닉’을 초래했다.
의대생들도 20일부터 동맹휴학으로 집단행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16일 전국 40개 의대 대표 학생들이 90% 찬성률로 “오는 20일을 기점으로 동맹휴학을 개시한다”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눈 앞에 다가오면서 각 병원도 수술 일정을 미루거나 수술실을 단축 운영하는 등 이미 의료 현장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브란스병원은 다음주 수술을 절반 이상 취소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가 부족한 경우 정상적인 수술을 진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폐암 4기 치료를 앞둔 어머니의 수술이 집단사직으로 인해 연기됐다”는 누리꾼의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집단사직 예고 후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권 모(72) 씨는 “죽기 아니로 살기로 천안에서 서울까지 왔다”면서 “의사 없으면 다 죽으라는 것 아니냐. 그런 소리(의사 사직)는 하지 마”라고 손사래쳤다. 권씨의 딸도 “여기(아산병원)도 사직서를 내냐. 큰 병원이라고 왔는데 답답한 심정”이라면서 “의사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내 생명이 달린 일이니까 사직서를 제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사들의 단체 행동 움직임에 “선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16일 전체 수련병원 221곳을 대상으로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발령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환자를 담보로 한 모든 행위에 대해 법적·행정적 조치를 하겠다”면서 “이번에는 사후 구제나 선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고발했다가 9·4 의정합의를 통해 선처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의대생 단체행동에 대비해 전국 40개 의대에 공문을 보내 각 대학이 엄정하게 동맹휴학 관련 법령·학칙 등에 대해 학사관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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