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인기는 사실상 끝물입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최근 교육계 한 전문가는 이같이 단언했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르게 될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이 2000명 증가하는 만큼 공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지는 수요 공급의 원칙이 의료계에도 적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파업까지 예고하며 정원 확대에 결사 반대하고 있지만 증원을 철회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대 선호 이유가 저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높은 소득이 의대 열풍을 이끄는 핵심 키인 것은 분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개원의 소득은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보다 최대 6.8배 많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계 전문가의 분석이 틀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원이 확정되자 재수 학원에는 서울대 등 최상위권 대학 재학생은 물론 교사 등 직장인의 상담 전화가 빗발쳤다. 의대 정원이 현 정원(3058명)보다 70% 가까이 늘며 의대 진학 문턱이 낮아지자 의사 꿈을 꾸는 이들도 늘어난 것이다.
지역 인재 전형 선발 비율 확대가 예상되면서 ‘지방 유학’이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실화할 경우 입시 지각판의 변동이 불가피하다. 아직 증원 배분 계획, 대입 입시 요강도 나오지 않은 만큼 의대 지원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래는 현상을 바탕으로 예측할 수밖에 없는 만큼 가능성은 크다.
물론 증원 규모가 제한적이라 소득 감소 폭도 크지 않고 설령 줄어들더라도 의사는 여전히 고소득 직종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의대 지원 열기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열풍을 넘어 광풍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해 의대에 가겠다는 이들을 비판할 수는 없지만 광풍은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수반한다. 의대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입시 학원 의대반 월 평균 수강료가 300만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계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의대 쏠림 현상은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라며 “문제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의과학자 양성 위한 지원 강화, 지역 정주 의무화 등 여러 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의사들이 반발해 파업까지 나설 태세지만 일단 정부의 의대 증원은 확정됐고 의대 선호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현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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