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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전공의 사직 초읽기에 전운 감도는 병원 현장

전국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19일까지 사직서 제출

20일 아침부터 업무 중단 선포에 환자들 우려 속출

복지부 "전날 23개 병원 전공의 715명 사직서 내"

환자 "시기 놓치면 또 수술 시기 언제 잡아야 하나"

19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정민 견습기자




“우리는 심장약이니까, 약이 오늘 아침에 떨어졌는데 약을 못 타면 어떡하나 너무 걱정돼요."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한 보호자 남 모 씨)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가운데 파업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시내에 위치한 이른바 ‘빅5’ 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세브란스병원)에서는 방문한 환자들의 우려와 분노가 뒤섞인 분위기 속에서 진료가 진행되고 있다.

19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40대 정 모 씨는 “아이들 데리고 오려면 부모들 일정도 정리해야 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아이 낫게 하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데 갑자기 취소나 진료 연기가 되면 어떡하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걱정 가득한 심정을 전하는 한편 분노도 금치 못하는 모양새였다. 이날 서울 아산병원을 찾은 70대 김 모 씨는 “뉴스 볼 때마다 속이 뒤집힌다”며 “환자 입장에서 뭘 할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고 토로했다. 한 달에 한 번 서울 아산병원을 방문한다는 60대 이 모 씨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성질난다”며 “앞서 담당 간호사가 지난주에 확인 차 연락이 왔는데 불안한 마음에 ‘의사들이 데모하는데 올라가도 되는건가’라고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서울삼성병원을 찾은 이 모 씨는 “오늘 아침 8시에 와서 길게 대기했다. 채혈검사 하고 돈 내는 데만 1시간 기다렸다”면서 “지금도 이런데 본격적으로 파업하면 얼마나 길어지겠나”라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도 병원의 수술 및 진료 연기 통보 내용이 공유되는 한편 불만의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부터 수술 연기 통보를 받은 한 누리꾼은 “신촌 세브란스에서 21일 암 수술 예정이었는데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 시기를 놓치면 수술 시기를 언제 잡아야 할 지 막막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산부인과에서도 내부 사정으로 원활한 검사와 진료가 어렵다"는 공지가 전달됐다고 알렸다.

이날 빅 5 중 한 병원의 산부인과 관계자도 “오전 중 이번 주 진료환자 중 초음파 보는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3시간 이상으로 예정돼 진료일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전달됐다”고 전했다.

전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수 상위 100개의 수련 병원 중 23곳에서 총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날까지 사직서 제출을 마무리하고 20일인 다음날 오전 6시께부터 근무를 중단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들 전공의들이 상급 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수술 집도의들을 보조하는 인원도 이들인 만큼 예정대로 전공의들의 파업이 진행되면 초유의 의료 공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가동하고 공공의료시설의 진료를 확대하고 군 병원 응급실 개방을 계획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를 늦출 수 없다는 의지를 전달하면서 의료계와의 갈등이 조기에 봉합될 지는 미지수다.

한 총리는 “집단 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있어선 안될 일”이라며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하지 말 것으로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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