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069620)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독자적인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임상, 임상, 시판 등 신약 개발 전 주기에 AI 활용을 확대해 비만·항암제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19일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주요 화합물 8억 종의 분자 모델을 자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다비드’(DAVID)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다비드(다윗)는 골리앗을 일격에 쓰러트린 성서 속 영웅”이라며 “신약 개발 경쟁에서 AI로 글로벌 빅파마와 겨루겠다는 연구원들의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스템은 대웅제약이 지난 40여 년간 신약 연구로 확보한 화합물질과 현재 신약 개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화합물질의 결합체다. 다만 세계적으로 공개된 화합물질 오픈소스는 AI 신약개발을 위한 데이터로 적합치 않아 불필요한 정보를 분리, 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웅제약 AI 연구원들은 데이터 가공 작업을 최우선으로 완료했다.
대웅제약은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AI 신약 개발 경쟁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연구자들은 신약 후보물질이 될 수 있는 전체 화합물질의 수를 10의 60제곱 종으로 추정한다. 대웅제약은 그 중 8억 종, 약 10의 9제곱 종을 확보한 셈이다.
대웅제약은 또 신약 후보물질 탐색 첫 단계에 적용할 수 있는 ‘AIVS’(AI based Virtual Screening) 도구를 개발했다. AI가 표적 단백질을 대상으로 ‘활성물질’을 발굴하는 시스템이다.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활성물질을 탐색하고 같은 화학적 특성을 지니면서 특허가 가능한 새 활성물질을 생성형 AI로 빠르게 찾을 수 있다.
대웅제약은 데이터베이스와 도구를 기반으로 지난해 AI 신약개발 시스템 ‘데이지’(DAISY)를 사내에 오픈했다. 일종의 웹 기반 ‘AI 신약개발 포털’로 대웅제약 연구원들은 여기에서 신규 화합물질을 발굴하고 약물성까지 빠르게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화합물질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독성 등 약물성을 AI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대웅제약은 AIVS를 사용하면서 불과 몇 달 만에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비만·당뇨 치료제 개발을 위해 두 가지 표적 단백질에 동시 작용하는 활성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하는데 단 2개월이 걸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존 연구원들이 1년 넘게 고민하던 난제가 AI로 해결됐다. 암세포 억제 효능을 보이는 활성물질을 발굴하고 선도물질을 확보하는 시간은 1~2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디스커버리센터장은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인간의 동반자”라며 “딥러닝 AI가 데이터를 쌓아 학습하고 성장하듯 연구자도 함께 인사이트를 높여 함께 성장해 나갈 때 신약 개발 성공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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