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인공지능(AI) 대장주’로 꼽히며 AI 붐을 타고 그야말로 거침 없이 오르던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4% 이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연초대비 45% 오른 가운데 관련 옵션거래가 많아서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10.6% 급등락할 수 있다는 전망에 차익 실현을 노린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한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거래일 대비 4.35% 하락한 694.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17일 4.5% 하락한 이래 약 4개월만에 가장 큰 낙폭으로, 장중6%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주가 하락으로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780억달러나 사라진 1조7150억달러로 감소하면서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1조7590억달러)과 아마존닷컴(1조7350억달러)에 이어 5위로 다시 내려앉았다. 엔비디아는 지난 14일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이어 시총 3위에 오른 바 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21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떨어진 점을 주목하고 있다. 월가 분석가들은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40% 증가한 206억달러에 이르고, 순이익은 7배 이상 급증한 10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시장 예상치보다 각각 12%와 19% 상회했고, 앞서 2분기 매출과 순이익도 전망치를 각각 20%와 30% 웃도는 등 계속해서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다만 프랭크 리 HSBC 테크 리서치책임자는 “엔비디아가 다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큼 강력한 가이던스를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은 약간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 관련 옵션 거래 규모가 워낙 커서,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락할 가능성 때문에 미리 차익 매물이 나온 것으로도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와 관련해 지난주 거래된 옵션 규모가 명목가치 기준 약 5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20일 하루 동안 가장 많이 거래된 건 주가 800달러 혹은 1300달러에 거래되는 콜옵션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에 대한 단기 콜옵션 및 풋옵션 가격을 분석한 결과 실적 발표 후 주가가 등락하면서 시총 변동 폭도 18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모투자사 서스퀘하나는 옵션 시장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620달러~850달러 선을 이탈할 확률도 25%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는 15% 오르거나 17%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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