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사망 이후 외신을 더욱 강하게 옥죄고 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법원은 20일(현지시간) 간첩 혐의로 붙잡혀 있는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의 재판 전 구금 기간을 다음 달 30일까지로 연장했다.
WSJ은 미국 유력 일간지로,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 이후로 서방 기자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월 30일 체포된 게르시코비치 기자의 구금 기간이 연장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다음달 말이면 구금된지 1년이 된다.
미국 국적으로 WSJ 모스크바 지국 소속 특파원인 그는 러시아 중부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간첩 혐의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게르시코비치 본인과 백악관은 간첩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러시아 법무부는 또 20일 미국 의회 자금을 지원받는 자유유럽방송(RFE/RL)을 '부적격 조직' 명단에 올리고 활동을 금지했다.
체코 프라하에 있는 비영리 민간 매체인 이 방송은 그간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정치적 활동을 위해 외국 자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통제를 받아왔다.
이날 금지 명단에 오른 데 따라 RFE 직원들은 기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자유유럽방송 활동 금지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면서 "러시아 정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자국민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게 명백해졌다"고 비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6월 RFE 알수 쿠르마세바 기자를 붙잡아 현재까지 구금 중이다. 미국과 러시아 이중국적자로 유럽에서 활동하던 그는 러시아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소수민족 타타르족 문제 등을 취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이날 쿠르마세바가 낸 자택 구금 신청을 기각하고 4월 4일까지 구치소 구금을 유지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움직임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던 나발니가 지난 16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급사한 것과 관련 국제사회의 규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크렘린궁은 나발니 죽음에 푸틴 대통령이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다. 추모 물결에도 강경하게 대응하며 여론 차단에 나서는 모습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