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남부 국경 지역의 통제를 강화하는 행정 조치를 꺼내 들 것으로 전망된다. 급증하는 불법 이민자 문제가 11월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하자 ‘우클릭’ 노선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재대결 구도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승부수를 잇따라 던지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CNN·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 지역에서 통제를 강화하는 행정 조치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 이민법 등을 활용해 불법 이민자들에게 망명 신청을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민법에는 외국인 입국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입국을 중단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현재 행정부 내 법률 전문가들이 관련 조치를 검토하는 단계이며 다음 달 7일 국정연설 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나온 ‘국경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법안은 불법 입국자가 특정 기간 내 일정 숫자에 도달했을 때 망명 허용을 중단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 등으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국경 위기를 진지하게 여긴다면 초당적인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민 이슈에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는 모습은 대선 표심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이민자들에 포용적인 입장을 나타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도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공사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중단시킨 것은 이런 기조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재임 기간 동안 남부 국경을 통해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가 급증하고 자국 내 여론 또한 부정적으로 돌아서자 급하게 노선을 갈아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절대적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대선을 의식한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는 이민 문제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이날 12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 규모로 학자금 대출 탕감을 승인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대출자 소득, 가족 구성원 수 등에 따라 대출 상환액이 결정되는 이번 정책은 약 15만 3000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은 1만 2000달러(약 1600만 원) 이하의 학자금대출을 받은 사람이 10년 이상 상환을 한 경우 남은 학자금 부채를 탕감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9일에도 7만 4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50억 달러 규모의 학자금대출 탕감을 승인한 바 있다. 중산층 이하 젊은 층 표심을 감안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정책을 두고 논란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 지지세가 강하다. 여기에 인권 이슈에 예민한 진보 성향 지지층이 바이든 대통령의 우클릭을 부정적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 나온다. CNN은 “망명 신청을 제한하는 조치는 트럼프 시대 논란을 연상시킨다”며 “진보주의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학자금대출 탕감과 관련해서도 인기영합주의 등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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