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를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는 등 의사들의 공개 발언이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의사 혐오를 드러내는 국민들을 향해 “최소한의 지성이 있어야 의료가 무너졌음을 깨달을 텐데 깨닫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는 발언도 나왔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한 뒤 ‘환자 목숨을 볼모로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의사들의 엘리트 의식이 노골화되면서 국민 반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국민들, 최소한의 지성이라도 있어야…”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21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서 의사 측 인사로 나온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역의사제에서 성적 낮은 학생을 뽑아서 의무근무 시키면 근로 의욕도 떨어질 것이고 환자도 그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겠느냐”며 “지역에 있다고 반에서 20~30등 하는 학생도 의대에 가고 의무근무도 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TV 토론회라는 공개석상에서 의사들의 ‘엘리트 의식’이 노골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입시가에서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 해도 ‘반에서 20~30등 하는 학생’은 의대에 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 사실에도 맞지 않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공부를 못한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처음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문장을 썼을 때는 상식적인 정부를 전제했으나 이런 비상식적인 정부를 이기기는 힘들다”며 “지금은 소수인 비양심적이고 무능한 의사들이 어느새 다수가 돼 있음을 깨닫게 될 때 ‘예전의 믿을 수 있던 대한민국 의료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이어 “아니, 깨닫는 것도 최소한의 지성이 있어야 깨닫는 것이지 깨닫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면서 국민의 ‘의사 혐오’를 드러내는 댓글들을 첨부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찬성하는 국민에게는 ‘최소한의 지성’도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댓글에는 “(의사가) 칼만 안 들었지 조폭 깡패랑 무엇이 다르냐, 내 눈엔 머리 좋은 깡패들로 밖에 안 보인다”, “주 80시간 근무가 불만이면 정부 말대로 사람을 더 뽑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럼 자기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의료사고 부담도 줄지 않겠냐” 등 의사 집단에 대한 반발이 드러났다.
◇‘강경파’ 차기 회장 출마… 투쟁 더 거세질까
일각에서는 의사들의 단체 행동을 주도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대표성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의협 집행부가 수도권 개원의 위주로 구성돼 전체 의사 집단을 대변하지 못하는 데다 잇단 과격 발언이 반감을 사고 있어서다. 하지만 다음달 진행되는 차기 의협 회장 선거에서도 강경파 인물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의사들의 의대 증원 관련 투쟁을 주도하는 강경파 인사들은 차기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조직강화)과 박인숙 전 국회의원(대외협력) 등 현 비대위 집행부 인사 다수가 선거에 나선다. 그 외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대표가 후보 등록을 마쳤다. 선거는 다음달 20~2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주 위원장은 “강력한 리더십에 의한 강한 의협을 만들고 대한민국 보건의료제도를 제대로 만들고자 한다”며 “현재 정부에서 잘못된 의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수세에 몰릴 게 아니라 의사들이 지향하는 제도를 선제적으로 만들기 위한 단합된 힘을 보여주고자 출마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도 “위기 타개를 위해 전장에 나가는 심정”이라며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전쟁터로 나온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을 무자비한 탄압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일 과격한 발언을 이어가는 이들이 회장 당선 이후 더 의사들의 더 강경한 투쟁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의협은 수도권 개원의 중심의 단체라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사들의 입장까지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브리핑에서 “우리 주변에는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훌륭한 의사들이 많이 계시다”며 “지금 단체행동에 나서고 이를 부추기는 일부 의사들이 의사 전체의 모습이 아니고 현장에서 환자 곁을 지키고 계신 의사들의 명예까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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