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 ‘매그니피센트7(M7)’가 있다면 유럽증시에는 ‘그래놀라스(Granolas)’가 있다”
유럽증시에서 이른바 그래놀라스로 묶이는 제약·명품·기술 분야 11개 종목의 영향력이 뉴욕 증시의 매그니피센트7에 비견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들 업체는 유로스톡스600 지수 상승률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데 뉴욕 증시처럼 특정 종목 쏠림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FT는 최근 1년간 범유럽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600 상승률에서 그래놀라스로 분류되는 11개 업체의 비중이 50%에 이른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그래놀라스는 골드만삭스가 만든 말이다. 제약 회사 GSK·로슈,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L, 스위스의 네슬레·노바티스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뷰티·명품 분야의 로레알·LVMH,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 SAP와 프랑스 헬스케어 업체 사노피 등 11개사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유로스톡스600에서 그래놀라스의 점유율은 25%로 M7 업체들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내 비중 28%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12개월간 유로스톡스600이 7.5% 오르는 동안 이들 11개사의 주가는 18%나 상승하며 증가 폭이 두 배를 웃돌았다. FT는 그래놀라스에 대해 “지난 1년간의 성과를 M7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3년간 수익률을 보면 같은 수준의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낸 기업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유명한 노보노디스크로 최근 1년간 주가 상승률이 69%에 달했다.
M7이 빅테크 업체에 집중된 반면 그래놀라스는 제약·헬스케어, 소비재, 반도체 등 업종 다양성도 두드러진다. 주가수익비율(PER) 면에서도 M7이 30배인 반면 그래놀라스 기업들은 20배 선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FT는 그래놀라스 기업에 대해 “건전한 수익구조와 탄탄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다”며 “연구개발(R&D)과 자본 투자에 미국 기업들만큼 투자한다”고 전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그래놀라스로 자본이 집중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FT는 뉴욕증시에서 M7 등 빅테크 기업 중심의 랠리가 시장 전반으로 퍼지지 않는 협소함을 우려하듯 유럽증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가 일부 대형 기업의 실적에 좌우되면서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투자은행(IB) 리베룸의 요아힘 클레멘트 분석가는 “대기업 비중이 너무 높은 지수는 이들 회사가 투자자의 높아진 기대를 실망시키기 시작하면 매우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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