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떤 방식으로 (비대면 진료를) 진행할 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일단 나라에서 하라고 하니까 진료는 봐드려야죠.”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의원에는 연신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안내를 담당하는 간호사 2명은 “아직 비대면 진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갑작스럽게 몰린 환자들의 비대면 진료 문의에 응대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23일 정부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갑작스럽게 발표한 탓에 일선 의료 현장에선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실제 비대면 진료 시행 이틀째인 이날 본지 기자들이 직접 비대면 진료를 체험했는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진료 플랫폼을 설치한 뒤 건강보험공단 간편인증을 진행하자 과거 진료 내역이 나타났다. 과거 진료 이력이 있는 병원에 비대면 진료를 신청하자 30여분 뒤 병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비대면 진료 가능 여부에 대해 의사는 “아직 들은 바 없다. 다시 연락 주겠다”며 잠시 후에 전화를 걸어 “일단 증상을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3분이 채 되지 않아 진료를 마친 의사는 “코로나19 이후 첫 비대면 진료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자세히 눈으로 확인을 하고 항생제를 쓸 지 여부를 정해야 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약을 처방했다. 진료비 지불과 처방약 수령 방법도 정해지지 않았다. 진료 후 의사는 “병원 인근 약국에 처방전을 보낼테니 해당 약국을 방문해 약을 수령하고, 그 곳에서 진료비도 함께 결제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다른 병원 두 곳에 추가로 비대면 진료를 문의해본 결과, 의사들은 “비대면 진료 사실을 뉴스를 보고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비인후과를 운영하고 있는 의사 A씨는 “의료행위는 환자의 건강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신중히 진행해야 하는 만큼, 관련 정책도 심도 깊은 논의를 거친 후 결정해야 한다”며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아무런 지침도 없이 일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체제 안착 여부와 관계 없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 여파로 비대면 진료는 더욱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굿닥’의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방침이 발표된 지난 23일 기준으로 평상시 대비 문의 건수가 증가했다”라며 “다른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사례까지 합친다면 눈에 띄게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 대란이 지속될 수록 이용자들이 당연히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비대면 진료 확대로 초진·재진 환자 모두 희망하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처방약 수령은 본인이나 대리인이 직접 약국을 방문해 수령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3일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진료 차질이 빚어지는 곳은 중증·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 등인데, 적용이 불가능한 비대면 진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논리적으로 맞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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