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억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른바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64)씨가 첫 재판에서 예비후보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치자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고소영 재판장)은 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전씨와 당시 예비후보 정재식 씨 등 4명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전씨는 2018년 경북 영천시장 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당내 경선에 출마한 정 씨로부터 1억 원 상당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후보 공천을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을 소개해 주고 자금 전달에 관여한 코인업체 관계자 이 모씨도 정치자금법 위반방조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당시 공천을 받을 방법을 찾던 중 자신의 선거운동을 돕던 종친 A씨를 통해 유력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전씨와 접촉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A씨와 전씨를 연결해 준 것이 이씨였다.
검찰은 “2018년 1월 11일경 전씨는 본인의 주거지이자 법당에서 이씨가 데려온 정씨,A씨 등을 만나 공천 요청을 받은 뒤 이를 승낙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씨는 당시 자한당 조직부총장이었던 윤한홍 씨에게 전화한다면서 정씨 등이 보는 앞에서 ‘공천을 도와달라’는 내용의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통화를 지켜본 정씨가 윤씨에게 필요한 정치자금 명목으로 1억 원을 송금했으며 전씨는 이씨를 거쳐 이 돈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피고인 전원은 2018년 당시 공천을 부탁하며 돈이 오고 간 사실관계 자체는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은 ‘전씨가 정치인 신분이 아니며, 돈 역시 정치자금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날 전씨의 변호인은 “전씨는 정치활동자가 아니었으므로 정치자금법 위반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정씨 측도 “전달한 돈이 법리적으로 정치자금인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데다 최종적으로 윤씨에게 돈이 전달되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각종 이권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전씨는 이날 법정에 들어서면서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재판이 끝난 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안타까워하고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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