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아덴만에 좌초된 화물선 루비마르호가 완전히 침몰할 위기에 놓이면서 이 일대가 환경 재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배에서 기름이 유출돼 수십 ㎞에 달하는 기름띠가 형성됐을 뿐 아니라 적재된 수만 톤의 화학비료가 바다에 쏟아지면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5일(현지 시간)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후티 반군 공격으로 아덴만에 멈춰선 벨리즈 선적 영국 벌크선 루비마르호에 서서히 물이 차오르고 있다. 중부사령부는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선박은 정박돼 있지만 천천히 물에 잠기고 있다”고 전했다. 중부사령부는 “후티 반군의 이유 없는 무모한 공격으로 선박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약 29㎞에 달하는 기름띠가 형성됐다”며 “루비마르호는 공격받을 당시 4만1000t이 넘는 비료를 운송 중이었는데, 이것이 홍해로 유출될 수 있고 환경재난을 심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루비마르호는 지난 18일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에서 불가리아 바르나로 향하던 중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고 해상에서 멈췄다. 선원 24명은 배에서 전원 탈출해 대피했다. 해당 선박 운영사인 블루플리트그룹 측은 AFP통신에 “미사일 한 발이 선박 측면에 충돌하면서 물이 엔진실로 유입됐으며 선미가 뒤로 처졌다”며 “두번째 미사일은 선박 갑판을 강타했다”고 설명했다.
선박 운영사는 배를 지부티나 아덴 항구로 끌고 오기 위한 예인 작업을 시작했지만, 침몰한다면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한 이래 가장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 기름이 유출된 데 이어 화학비료가 바다에 유입되면 해양 생태계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공격으로 과학자들은 홍해에 서식하는 독특한 산호초 생태계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예멘 정부는 이날 루비마르호 침몰이 야기할 수 있는 생태학적 재앙을 막기 위해 비상계획을 수립할 것을 관련 위원회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주변국과 해양보호 관련 기구를 비롯한 국제사회에도 위기 해결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후티 반군은 25일에도 유조선을 공격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에서 후티가 전날 오후 11시45분경 아덴만을 항해하던 미국 선적 유조선 톰 소르호를 겨냥해 대함 탄도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목표물을 빗나가 바다와 충돌했으며, 배와 승조원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후티 반군은 이날 자신들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해 홍해 해상로를 계속 공격하는 일환으로 유조선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보다 앞선 오후 9시께 홍해 남부 상공에서 두 대의 단방향(자폭) 무인기를 격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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