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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약' 처방하던 어플이 의료공백 대안?…약사들 '갸우뚱'

약국 현장 다녀오니 "처방 수요 거의 없어"

다이어트·탈모·여드름약 처방이 대다수

어플 낯선 노년층 진입장벽 문제도 지적

"건보재정 악화시키는 비대면처방 확대,

전공의 인력 부족 사태 해결책 될 수 없어"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 장기화에 대응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한 가운데 일선 약국에서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초진 환자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심야 처방도 활성화해 경증 환자의 상급병원 쏠림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료 민영화 정책의 초석을 쌓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약국 돌아보니…"애초에 희박한 비대면처방 수요, 변화 못 느껴"



/비대면진료 서비스 ‘닥터나우’ 홈페이지 갈무리




27일 서울경제신문의 현장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관악구와 영등포구 일대 약국에서 만난 약사들은 입을 모아 “23일 이후로 비대면 처방이 늘어났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대학병원 내 전공의 인력 공백으로 최대 타격을 입은 응급·중증 환자가 ‘비대면진료’의 주요 이용층이 아니라는 지적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서울대입구역 부근에서 20여 년 이상 근무해 온 50대 약사 A씨는 “이 근방에 약국만 200개지만 아마 비대면 진료나 처방이 된다고 해서 큰 변화가 있는 곳은 없을 것”이라면서 “다들 병원에 들렀다가 같은 건물에 있는 약국을 바로 들르지, 외출해놓고 약국만 갈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국을 운영하는 30대 후반 B씨도 “대학병원 외에 근처 의원들까지 파업에 동참했다면 몰라도 대부분이 정상영업 하다 보니 평소와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24시간 처방 확대' 방침에 따라 늦은 시간대에 약 처방이 쏠릴 확률이 높은 심야약국조차 상황은 마찬가지다. 영등포구에서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약국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애초에 비대면 처방 건수가 극소수로 주말에 1건 있을까 말까하다”면서 “전공의 파업 이후에도 달라진 점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관악구에서 근무하는 20대 약사 C씨도 “애당초 비대면처방은 여드름약·탈모약 등 비급여 항목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한 문의가 90% 이상”이라면서 “감기약 종류가 접수된 적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노년층 진입장벽·약 재고 부족 따른 ‘뺑뺑이’ 문제 여전해



/대한약사회 공적처방전달시스템 갈무리




현재 비대면처방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병원이 개별 약국에 팩스로 처방전을 전송하는 방식과 각 약국이 대한약사회가 개발한 '공적 처방 전달 시스템'을 컴퓨터에 다운로드한 뒤 이를 통해 처방전을 확인하고 수락 또는 거절하는 방식이다. 다만 공적 처방 시스템이 낯설거나 번거로워 아예 설치를 포기했다고 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약사와 환자 모두 비대면 처방 서비스를 어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서울경제신문이 비대면처방 경험이 있는 약사들에게 굿닥·닥터나우 등의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약을 수령하러 온 이들의 연령대를 묻자 “노인 환자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50대 후반의 약사 D씨 역시 "(처방전 받는 방식이) 젊은 약사들은 간단할지 모르겠지만 나이 먹은 사람들에겐 복잡하다"면서 “아직 처방 시스템 설치를 못 했다. 다른 사람들이 와서 도와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잇단 감기·독감 유행으로 감기약 품귀현상이 발생한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10여년 이상 관악구에서 약국을 운영해 온 약사 E씨는 “감기약, 혈압약 등 대부분이 재고 부족이다. 동네 작은 약국에서는 처방전 리스트에 쓰인 약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외국에서 전쟁이 터진 뒤로는 수입약도 대부분 수급이 어렵다”고 하소연한 E씨는 “팩스로 처방전을 먼저 받았다가 환자를 돌려보내는 경우도 많은 상황에서, 서버에 접수된 처방전까지 일일이 확인해 거절하기 번거롭다는 약사들도 주변에 여럿”이라고 덧붙였다.

“친구 대신 수령이요? 불법 같은데"…현장서 혼란도



정부의 비대면 진료·처방 방침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모습도 포착됐다. 정부는 현재 ‘대리인 직접수령’을 허용하고 있지만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10여 곳의 약국 중 이를 인지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나머지 약국은 모두 “본인 외에는 수령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천하는 약사회' 공식 SNS 갈무리


한편 이와 관련해 25일 약사 단체인 '실천하는 약사회'는 "이번 사태는 3차병원급에 해당하는 중증 질환의 의료 서비스로의 공백이므로 비대면 진료 확대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가 3차 병원의 의료공백을 비대면 진료 허용의 명분으로 삼아 이를 전면 개방했다”면서 이를 계기로 건강보험재정이 고갈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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