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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성 함락 혼란의 증거?…불탄 목탄 등과 함께 ‘백제 칠피갑옷’ 출토

부여 백제 관북리 왕궁유적서 발굴…말갑옷으로 추정

“주변에 다량의 폐기유물…백제 멸망 당시 혼란 상황 추정”

2호 수혈 유구의 칠피갑옷 모습. 사진 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충남 부여 관북리유적 백제 사비 시기 왕궁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지의 유물 폐기층과 수혈 유구에서 칠피갑옷(옻칠된 가죽을 연결해 만든 갑옷)을 발굴했다고 27일 밝혔다.

1982년부터 발굴조사가 시작된 부여 관북리유적은 대형 전각건물지와 연못지 등 왕궁과 관련한 중요 유구가 확인된 바 있으며, 지난 21일부터 16차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2023년 조사에서는 백제 사비 시기의 건물지 세 개의 동이 남북방향으로 길게 확인됐는데, 궁과 사찰에서 주로 사용하는 중심건물 주변을 둘러싸도록 기다랗게 만든 이른바 장랑식 건물로, 위치와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왕궁 내 조당 공간의 일부로 추정된다.

이 장랑식 1호 건물지의 유물폐기층과 30m 범위 내 6개의 수혈유구에서 칠피갑옷이 출토됐다. 처음에는 매우 얇은 조각 일부만 노출돼 갑옷으로 단정할 수 없었으나, 발굴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유물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면서 겹겹이 쌓인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사각형의 미늘과 각각의 미늘을 연결했던 원형의 구멍을 확인했다. 이후 출토 조각의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옻을 칠한 갑옷임을 알 수 있었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2호 수혈 유구의 칠피갑옷 출토 모습. 사진 제공=문화재청




출토된 총 6점의 칠피갑옷 중 2호 수혈 유구에서 확인된 갑옷이 비교적 잔존상태가 양호하다. 전체 크기는 잔존 폭이 18.2㎝, 잔존 너비 49.2㎝이고, 개별 미늘의 길이는 7.5~7.8㎝, 너비 4.2~4.4㎝이며, 미늘을 연결하기 위한 원형의 구멍은 0.2~0.3㎝이다.

2호 수혈 유구 주변의 기와폐기층에서는 말 안장 부속품 중 발 받침대인 등자가 출토됐고, 3호 수혈 유구에서는 말의 아래턱 뼈로 추정되는 동물유체가 확인됐다. 이러한 주변 출토유물 상황과 갑옷의 형태를 고려할 때 2호 수혈유구에서 출토된 갑옷은 말갑옷(馬甲)으로 추정된다.

최응천(오른쪽) 문화재청장이 2호 수혈 유구에서 출토된 칠피갑옷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문화재청


백제시대 문화층에서 칠피갑옷이 출토된 사례는 공주 공산성(2011년) 이래로 부여 관북리유적이 두 번째이다. 문화재청은 “관북리유적과 공주 공산성 칠피갑옷 모두 발견 당시 주변에 폐기된 다량의 유물과 불에 탄 목탄이 함께 출토되었는데, 이것은 백제 멸망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사회 상황의 일면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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