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몇 달 안 됐을 때 아기가 생긴 걸 알았고요. 이 기쁜 소식을 남편한테 이야기한 그날 충격적인 고백을 들었습니다. 남편이 대머리라는 거였습니다.”
2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저는 결혼 전에 능력 있는 30대 후반의 커리어 우먼 소위 골드미스였다”는 여성 A씨의 이 같은 사연이 소개됐다.
나이 때문에 부모의 재촉으로 서둘러 결혼했다는 A씨는 남편의 고백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평소에 대머리와 결혼할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고 연애할 때 남편의 머리숱을 칭찬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임신 기간 내내 배신감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남편의 고백에서 시작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돼 부부는 이혼 위기를 맞게 됐다. A씨는 “남편은 이런 저를 이해하거나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저를 이해심 없는 여자로 몰아갔다”면서 “아기를 낳은 뒤에 심한 산후우울증을 앓아 하루 밥 한 끼도 못 먹고 쓰러져 있기 일쑤였는데 남편은 그런 저를 방치할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결국 남편은 A씨에게 “이혼하자”라는 말을 남기고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 남편은 A씨에게 아이를 보여주는 것도 거부했다. A씨는 “그간 남편과 아이를 잘 챙기지 못한 것을 뉘우치고 남편에게 수차례 사과했지만 남편은 엄마 자격이 없다면서 평생 아이를 만날 수 없을 거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저는 남편을 사랑하고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A씨는 “현재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우선 산후우울증으로 가사와 양육을 소홀히 한 경우 이게 이혼 사유일 지부터 살펴봐야 될 것 같다”고 질문했다.
A씨 사연에 대해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박경내 변호사는 “배우자 간에는 원칙적으로 부양 의무 부조 의무가 있기 때문에 산후우울증으로 건강이 나빠져서 제대로 가사와 양육을 하지 못한 것만으로 이혼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면서도 “산후 우울 증세가 심각해서 부부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사정이 발생했다면 그때는 민법 제84 제6호에 예외적인 이혼 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 것은 이혼의 성립 요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변호사는 “이미 남편이 이혼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사연자님께서 이혼소송 등을 청구한다면 혼인 파탄이 인정돼 이혼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출발점이 된 남편의 고백이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혼인 취소 사유는 혼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중대한 사유인 경우에 예외적으로 고지 의무가 인정이 된 경우”라며 “대머리는 외모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결혼하기 전에 반드시 고지를 해야 될 의무 사항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혼인 취소 사유가 되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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