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맞아 아내와 부산에서 올라와 인사동을 방문하려는데…길을 건너지 못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3·1운동 105주년인 1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린 보수단체들의 집회로 시민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했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운집하며 경찰들이 교통 통제 강화에 나서자 강추위 속에서 시민들이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도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날 오후 1시 자유통일당은 서울시 종로구 일대에서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조직 국민대회'를 열고 동화면세점부터 대한문까지 행진했다. 아침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지고 강한 바람까지 불어왔지만 현장 열기는 뜨거웠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는 약 4만 명이 참가했다. 남편과 함께 창원에서 왔다는 70세 여성 A씨는 나라가 무너지는 걸 더는 지켜볼 수 없어 현장에 나왔다면서 “서민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정부가 하루빨리 정신을 차려 서민들을 챙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예상보다 인파가 더욱 몰리며 경찰은 차로를 추가 폐쇄하는 등 교통 통제를 강화했다. 주최 측은 당초 교보빌딩 앞 3개 차로만 점거하고 집회를 진행했다. 이후 시위 참가자들이 인도로 밀려나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가 속출하자 경찰은 전체 10개 차로 중 2개 차로만 남기고 모두 폐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집회 측 사이에 마찰음도 발생했다. 주최 측은 지속적으로 경찰에 추가적인 차로 통제를 요청하다가 종국에는 10개 전 차로 점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이 해당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초대 자유통일당 대표인 전광훈 목사가 경찰들을 향해 “멍청하다"고 소리치며 막말을 퍼붓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이 광화문역 사거리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바로 앞 거리를 가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했다. 경찰에게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느냐”고 묻는 시민들도 여럿이었다. 연휴를 맞아 아내와 함께 서울을 방문한 부산 시민 B씨는 “인사동에 가려는데 길이 막혀 있어 돌아가고 있다”며 “계획된 일정이 자꾸 늦춰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한국교회보수연합 등 보수 기독교 단체는 같은 시간 시청역 8번 출구 인근에서 구국 기도회를 열었으며 6·15 공동선언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는 오후 1시께 종로구 수송동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이밖에 6·15 공동선언남측위원회가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자주평화대회'를 열고 행진했으며 전국민중행동 등은 '굴욕외교 전쟁 조장 윤석열 정권 심판' 집회를 열었다.
서울 도심은 여러 단체가 집회를 동시에 열어 도로가 통제된 데다 휴일 나들이 인파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교통정체가 발생했다. 서울교통정보시스템(TOPIS)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서울 도심 속도는 시속 13.5㎞로, 1월 주말 낮 도심 평균 통행속도(시속 21.6㎞)보다 절반 가까이 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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