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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랑 찬 새…뼈 들고 있는 새…의사들 '의새 챌린지'로 정부 비판

박민수 차관 '의새' 발언 이후 의사들 사이서 확산

환자 등 일각에서는 "장난 치나?" 쓴소리도 나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의 '의새' 발언 이후 의사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의새 챌린지’ 사진=페이스북 캡처




의사들이 잇달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의새’ 인증을 하고 있다. 각종 SNS에 의사와 새를 합성한 이미지와 함께 글을 올리거나 프로필 사진으로 교체하는 방식인데 박민수 보건복지부2차관의 ‘의새’ 발언 이후 의사들이 정부를 풍자하는 이른바 ‘의새 챌린지’에 나선 것이다.

박민수의 ‘의새’ 발언 이후 ‘의새 챌린지’ 인증 글이 SNS에 수백개 올라오는 등 ‘의새 챌린지’가 확산하고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의사 단체도 의새 챌린지에 동참했다. 젊은의사회는 지난 22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의새 이미지를 올렸다. 전공의 집단 이탈 기간을 쉬는 시간으로 규정한 젊은의사회는 “넌 쉬면서 뭐할꺼야?”라는 질문에 “다이어트” “군의관 친구 근무지 가서 이탈시키기” 등으로 답변했다.

‘의새 챌린지’ 이미지는 다양하다. 의사 가운을 입거나 청진기를 멘 새들은 진료실에서 환자와 상담하거나 수술실에서 집도하고 있다.

의사 가운을 입은 한 앵무새가 응급실 앞에서 쇠고랑을 찬 모습도 등장했다. 지난달 29일까지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전공의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부를 풍자한 것이다. 해당 이미지에는 “필수의료 의새, 사람을 살리고 싶어 필수의료를 선택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과실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에 결국 교도소로 잡혀가고 있다”라는 글이 함께 게재됐다.

병실에 수 많은 새들이 가득찬 이미지를 올린 이는 “나도 따라서 한 글자 써본다. 몇십년 고생하고 아직도 공부 중인데…아마 죽어야 끝나는 공부일텐데…복지부 차관이 ‘의새’란다”라고 적었다.

뼈를 들고 있는 ‘의새’ 사진을 올린 한 의사는 “oo도 유일의 소아정형외과 교수가 이제 응급실도 봅니다. 당직하고 다음날 쉬냐구요? 농담도…”라고 적었다.



젊은의사회는 지난 22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의새 챌린지에 동참하며 게시한 이미지.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의사 스스로가 의사를 비하하는 단어인 의새를 쓰게 만든 배경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있다. 지난 1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박 차관의 ‘의사’ 발음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동안 ‘의새’들이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한 일은 없다”라고 들린 것이다. 박 차관은 다음날 브리핑에서 “단순한 실수이고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고 해명했다.

박 차관의 해명에도 분개한 의사들은 의새 챌린지를 시작했다. 의새 챌린지에 참여한 한 의사는 “의새 챌린지는 의료계 현장을 전혀 모르는 박 차관과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다수가 SNS를 이용하고 있는 만큼 좋은 대정부 투쟁 방식이다”고 말했다. 챌린지를 넘어 대한의사협회는 박 차관 사퇴론을 주장했고, 박 차관을 모욕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한 의사도 있었다.

그러나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의새 챌린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보다 지배적이다.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6%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답했다.

신장병 환자 보호자 A씨는 “의사들이 떠난 환자들은 하루하루 위태로운 생명을 이어가는데, 의사들은 장난만 치는 것 같다”며 “의사 스스로가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모양새 같다”고 꼬집었다. 췌장암 환자 박모씨는 “의사들이 말실수로 꼬투리만 잡고 있다. 의료계에 불신이 쌓인 환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이에 ‘의마스(의사+하마스)’ ‘의주빈(의사+조주빈)’ 등 비하하는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새 챌린지에 대한 쓴 소리가 나왔다. 전직 의협 집행부 출신의 한 의사는 “의새 챌린지는 오히려 선민의식을 보여주는 행태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의대 증원에 반대 근거를 내세워야 할 때, 갈등만 부추기고 있어 아쉽다”며 “의사 비하 단어는 오히려 의사를 자극한다. 서로 비하하는 표현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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