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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타’와 같은 필터형 정수기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수돗물을 받아 필터로 걸러 마시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으며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를 사 먹는 것에 비해 쓰레기도 적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필터형 정수기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바로 필터를 교체할 때마다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고군분투해 왔는데요. 대표적인 대한이 바로 ‘필터 해킹’입니다. 일체형으로 제작된 필터 몸통에 구멍을 뚫어서 필터 내용물(활성탄이나 이온수지 등)만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다 쓴 필터를 모아 제조사로 보내 재활용(지구용이 직접 다녀온 브리타 필터 재활용 현장이 담긴 레터는 여기서)하도록 하는 것. 해킹은 편의성이 떨어지고 제조사로 보내 재활용하는 것도 계속해서 새 플라스틱 필터를 구매하고 버려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고자 한 직장인들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필터의 뚜껑이 열리도록 디자인해 내용물만 쉽게 바꿀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은 도토리 컴퍼니의 서희경씨와 류씨 두 사람인데요. 과연 이들이 만들어 낸 재사용 필터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지금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국내 최초 분리형 필터, 왜 이제야 나왔니!
도토리 컴퍼니는 직장인 5~7년차인 서희경님과 류씨님, 플라스틱 사출과 관련한 실무를 담당해주시는 이사님 이렇게 세 분이 만나 지난해 만든 회사입니다. 도토리 컴퍼니의 주축인 희경님과 류씨님 두 분의 본업은 정수기 필터와는 전혀 상관없는 IT기획, 전자제품 쪽이라고.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은 두 사람이 대화하던 중 희경님이 뚜껑이 열리는 타입의 필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게 도토리 컴퍼니의 시작이었습니다. 일상의 불편함에서 멈추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행하는 용기를 낸 겁니다.
도토리 컴퍼니의 필터 제품은 플라스틱 소재의 필터 케이스를 위 사진처럼 열리는 구조로 만들어 내용물(티백처럼 생긴 필터 파우치)만 바꾸면 되도록 했습니다. 내부에는 티백처럼 생긴 생분해 주머니 안에 야자수 활성탄(=숯, 수돗물의 염소 제거) 그리고 양이온 수지(=플라스틱 소재의 일종으로 중금속을 흡착한다)이 들어있어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 이 필터 속 내용물은 기성 제품과 배합비만 조금 다를 뿐 구성은 같습니다. 일체형 플라스틱 필터에 뚜껑을 단 것, 어찌보면 단순한 변화이지만 국내에선 최초입니다. 해외에도 사례가 있기는 하나 아직 일반화되진 않았습니다.
재사용 필터, 몇 번이나 재사용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재사용 필터는 영원히(?) 쓸 수 있는 것일까요? 플라스틱도 오래 사용하면 흠집 등이 날 수 있으니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 2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도토리 컴퍼니 측의 설명. 희경님은 “락앤락에 쓰이는 PP소재의 권장 기간이 2년이라고 하더라. 도토리 컴퍼니의 필터도 PP소재를 사용하는데, 음식물이 닿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 기간이 더 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제품을 제작할 때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도 고려했으나 물 속에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이 필요했기 때문에 견고하고 재활용이 쉬운 PP소재를 택했다. 단단한 플라스틱이라서 부드러운 페트병에 비해 미세플라스틱 발생 위험도 적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제품을 제작한다는 것이 어렵진 않았을까요? 다행이 규제나 특허권 부문에서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합니다. 희경님은 “국내에는 정수기 본체에 대한 규제는 있지만 필터에 대한 규제는 따로 없어다. 대신 들어가는 원료가 식음에 문제 없는 수준이어야 하고 도토리 컴퍼니의 필터도 해당 기준에 맞춰 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도토리 필터를 비롯해 브리타와 호환할 수 있는 타사의 필터(재사용은 아니지만)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널리 판매되고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한 특별한 제재는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브리타 본사에서는 공식적으로 타사의 필터 사용을 권장하진 않고 있습니다.
사업 자금 측면에서는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는데요. 초반 1년 정도는 사비로 시제품을 만들다가 4000만원에 달하는 금형 제작에 부딪힌 도토리 컴퍼니는 다행이 환경부 에코스타트업 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무사히 금형 제작을하고 제품 출시까지 가능했다고. 희경님은 "해외 인증 등에 도전해 해외 판매 목표를 갖고 있다"며 "필터를 끼워 사용할 수 있는 도토리 컴퍼니만의 정수기 본체도 제작하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재사용 가능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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