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홍해에서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격을 받은 영국 소유 벌크선 루비마르호가 결국 침몰하면서 환경 재앙 위기가 현실화됐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예멘 정부의 아흐메디 아와드 빈무바라크 외무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루비마르호 침몰은 예멘과 그 지역이 과거 경험하지 않은 환경 재앙”이라고 썼다. 그는 이어 “조국과 우리 국민에 새로운 비극”이라며 “우리는 매일 후티 반군의 모험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고 안타까워했다.
벨리즈 선적으로 영국에 등록된 루비마르호는 지난달 18일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후티의 공격을 받은 뒤 서서히 바다에 가라앉았다. 당시 루비마르호는 4만 1000톤이 넘는 비료를 운송중이었기에 일각에서는 홍해로 유출될 경우 환경 재앙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실제 지난해 24일 선박이 손상되며 바다에는 약 29㎞에 달하는 기름띠가 형성되기도 했다.
외신들은 루비마르호 침몰에 따른 기름과 비료의 유출이 홍해 해양생물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고 주변국에 직접적 피해를 준다고 분석했다. 홍해는 세계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산호초와 해안의 열대 나무, 다양한 해양생물로 유명하다. 요르단대에서 해양과학을 연구하는 알리 알사왈미는 홍해에서 루비마르호의 대규모 비료 유출로 인한 영양분 과다가 조류를 지나치게 증식시키면서, 해양생물 생존에 필요한 산소를 과하게 소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해 국가들이 홍해를 정화하는 전략뿐 아니라 오염 지역을 모니터하는 긴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루비마르호 침몰은 바닷물로 식수 일부를 만드는 사우디아라비아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AP는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십년간 세계에서 가장 큰 해수 담수화 시설을 구축해왔고 제다 등의 도시는 거의 모든 식수를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홍해가 해산물의 주요한 공급원이라는 점에서 주변국 어업의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예멘은 이번 내전 전까지 어업이 석유를 뒤잇는 두 번째로 큰 수출 산업이었다.
한편 후티는 루비마르호 침몰의 책임이 영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후티 지도부인 최고혁명위원회의 무함마드 알리 알후티 위원장은 엑스 계정에 "리사 수낵 총리는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 트럭들을 허용함으로써 루비마르호를 되찾을 기회가 있다"고 적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