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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곳 전화 돌려야"…정신질환 '응급입원 뺑뺑이' 여전

정신질환자 입원과정서 '경찰력 낭비' 커져

"응급입원 뺑뺑이 근본적 원인은 병상 부족"

서울시 정신병상 전년 대비 15.7% 감소

"의료대란 맞물려 '병상찾기' 더 힘들것" 우려도

지난달 2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한 의사가 급하게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오승현 기자




서울시 동작구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 A 씨는 지난달 초 정신 질환이 있는 40대 남성 B 씨가 바닥을 내리쳐 손에 상처가 났다는 신고를 받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B 씨에게 자·타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응급 입원 절차를 밟기 위해 서울시 지정 정신의료기관인 영등포구 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 의료진이 “B 씨의 상처를 책임질 수 없다”며 입원을 거부했다. 결국 A 씨는 동작구의 종합병원으로 이동한 뒤 출동 후 4시간을 훌쩍 넘긴 오전 2시 30분에야 복귀했다. 이 같은 상황은 ‘약과’에 불과하다. A 씨는 “병원 20~30 군데에 전화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 김포까지 간 적도 있다”면서 “어렵게 병상을 찾아도 입원 승인을 안 해주면 돌아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찰이 떠맡은 정신 질환자 응급 입원 조치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매년 제기되지만 병상 부족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빈 병상을 찾기 어려운 와중에 최근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 인력 공백까지 발생하며 경찰 업무가 과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 질환자와 관련해 접수된 112 신고는 12만 건으로 이 중 1만 5000여 건에 대해 응급 입원 조치가 이뤄졌다. 응급 입원은 정신 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 중 자·타해 위험이 있고 자의·동의 입원 등을 시킬 시간이 없을 때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3일 내로 정신의료기관에 강제 입원시키는 제도다. 문제는 환자를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등포구 지구대에 근무하는 한 경찰은 “환자에게 상처가 있어서 안 받아주는 경우에는 다른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은 뒤 입원시켜야 한다”면서 ‘병원 뺑뺑이’로 시간을 소요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털어놓았다.

서울경찰청과 서울시는 2022년 10월부터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서구 지구대의 한 경찰도 “대응센터에 연락해도 일이 바빠 바로 처리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직접) 병원을 찾는 게 나을 때도 있다”면서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5일 경찰 측은 “지난해 정신응급합동센터가 출범한 뒤로는 야간 근무시 병상을 찾기 위해 20~30곳까지 문의해야 하는 경우는 드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입장을 추가로 밝혔다.



경찰과 복지센터 직원 등 실무자들은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한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병상이 없어서 멀리 갈 때는 경기도 용인, 남양주까지 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동작구 지구대의 또 다른 경찰은 “병원에서는 병상, 의사 모두 부족하다고 한다. 야간에는 당직의가 1~2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신 질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2022년 서울시 정신의료기관 정신병상 수는 3854개로 2021년(4571개) 대비 15.7%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이용 가능한 병상 수도 0.41개로 2021년(0.49개)보다 줄었다. 손지훈 서울대 교수가 직접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 기준 서울 시내 상급종합·종합병원 중 당일 응급 입원이 가능한 병상은 최대 18개에 불과하다.

전공의 파업 여파가 응급 입원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신 질환자에게 외상이 있으면 먼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큼 호송 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서초구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평소에도 의사가 없어 응급 환자를 입원시키지 못하는 일이 있는데 파업이 길어질 경우 그런 상황이 갑자기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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