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규정이 시행된다. 이번 안을 두고 기업들의 불필요한 부담을 키운다는 의견과 규제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함께 나오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 및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6일(현지시간) ‘기업 기후 공시 규칙’을 가결시켰다. 2022년 초안이 공개된 지 2년 만에 이날 최종안이 통과된 것이다. 5명의 SEC 위원 중 민주당 진영 3인이 찬성했고 공화당 진영 2인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에 최종 통과된 규칙은 기후변화와 관련한 사안을 의무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롯해 기업 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후 위험과 대응 방안 등을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2026 회계연도부터 관련 규정이 적용되며 소기업들은 대상에서 빠졌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이 규칙은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의존해 온 공시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에게 기후 위험에 대한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공시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두고 찬반 논란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일부 주 정부에서는 이번 규칙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소송까지 제기할 태세다. 실제 조지아, 웨스트버지니아, 알래스카 등 10개 주 연합이 공개 반발에 나선 상태다. 패트릭 모리시(공화당 소속) 웨스트버지니아 법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불법적이고 위헌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소 금융회사를 대표하는 미국증권협회도 “이번 공시 규칙은 SEC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에 반해 규제 수준이 너무 낮다는 비판도 나온다. 즉 당초 제시했던 초안과 비교하면 정부 당국의 기후 위기 대응 의지가 크게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더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할 때 해당 공급망 전체 간접 배출까지 포괄하는 이른바 ‘스코프3’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사업 운영에서 직접 발생하는 스코프1 배출량과 에너지 구매에서 발생하는 스코프2 배출량을 우선 고려하는데 이 경우 역시 투자자들에게 주요 관심사로 여겨질 때 알리도록 했다. 소비자 단체인 퍼블릭시티즌의 한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SEC가 최종 규칙에서 핵심 지표를 삭제함으로써 투자자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WSJ에 말했다.
긍정적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요 정보 공개 규정이 빠지긴 했지만 전반적인 방향성 자체는 옳다는 평가다. 네덜란드 금융사 ING는 이와 관련 “미국 기업 전반에서 기후 데이터의 투명성과 비교 가능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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