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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 의문사' 나발니 "날 죽여도 변하는 건 없다"…생전 인터뷰 공개



“날 죽여도 변하는 건 없다”

나발니,‘다시 돌아오겠다’ 노래와 수천 명 추모 속 영면



알렉사이 나발니. 사진=AP·연합뉴스




“그들이 나를 죽이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내 역할을 대신할 준비가 될 다른 사람들이 있다.”

지난 달 러시아 시베리아 감옥에서 돌연 사망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생전 인터뷰가 공개됐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과 LCI 방송이 이날 처음 공개한 인터뷰는 나발니가 2020년 12월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자크 메르 당시 유럽평의회 의원과 나눈 대화다.

당시 나발니는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노비촉 계열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진 뒤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그는 "그들이 나를 죽이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모든 권력이 단 한 사람의 손에만 쥐어진 나라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인 최소 절반이 러시아가 다른 일반적인 유럽 국가처럼 되기를 원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이러한 생각과 정치적 움직임을 탄압하길 원한다"고 비판했다.

해당 인터뷰 이후 한 달여 뒤인 2021년 1월 러시아로 돌아간 나발니는 귀국과 동시에 공항에서 체포, 수감됐다. 각종 혐의로 30년 형을 받은 그는 지난달 16일, 47세 나이로 옥중에서 숨졌다.

2018년 반 푸틴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나발니의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알렉사이 나발니는 러시아 야당 정치인이자 반정부 운동가다. 그는 2011년 창설한 반부패재단을 통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광범위한 정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대규모 거리 시위를 이끌기도 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협력자들을 압박해왔다. 감옥에서도 변호사들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그는 감옥에 갇힌 지 3년 만에 돌연 사망했다. 사인은 아직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의 사인이 자연사라고 밝혔으나, 유족과 지지자들은 당국에 의해 암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한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푸틴 대통령에 반대했던 이들은 감옥에 가거나 죽거나 해외로 도피했다. 러시아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을 위해 일했던 변호사들조차 투옥되거나 외국으로 몸을 피했다. 나발니를 대리했던 변호사들 가운데 3명도 현재 극단주의 단체 연루 혐의로 감옥에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발니의 죽음은 러시아에서 정치적 반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나발니를 개인적으로 아는 미국 시카고대학교 러시아 정치 전문가 콘스탄틴 소닌은 "러시아에서 푸틴이 말하는 것에 대한 어떠한 의심이라도 어떻게 표할 수 있을지, 어떠한 종류의 이견이라도 제기될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나발니의 묘소를 찾은 추모객들. 사진=AP·연합뉴스


러시아 당국이 여론이 술렁일 것을 우려하며 집회 단속을 하겠다고 알렸음에도 전국 각지에서 나발니 추모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나발니의 장례식은 지난 1일 수천 명의 추모객이 모인 가운데 모스크바 남동부 한 교회에서 치러졌다. 현지 인권단체 OVD-인포는 장례식 당일 전국 20개 도시에서 최소 10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나발니의 관은 생전 그가 가장 좋아했던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다시 돌아오겠다(I will be back)"고 말할 때 나온 음악과 함께 땅속에 묻혔다. 한편 그의 사망 이후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남편의 유지를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겠다고 선언하며 반정부 운동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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