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골칫거리는 북한의 핵무장이다. 최근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정책을 헌법화하며 핵무력 고도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에 “만약 북한이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정권의 종말을 맞이하게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정말 북한이 핵무기를 쏘며 도발을 감행할 경우 얼마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까. 지난해 3월 북한이 한국 공격을 목표로 모형 전술 핵탄두를 탑재한 단거리탄도미사일(KN-23)의 살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800m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시험을 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한 전역이 타격권에 드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에 모형 핵탄두를 탑재한 뒤 이를 공중폭발시켰다며 “핵 반격 가상 종합 전술 훈련으로 적 주요 대상에 대한 핵 타격 모의 발사 훈련”이라고 보도했다. 전형적인 핵 공격 방식은 공중에서 핵탄두를 폭발시키는 것으로 이 보도는 북한이 전술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실전에서 사용할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원에서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매체는 “전술핵 공격 임무 수행 절차와 공정을 숙련하기 위한 종합 전술 훈련이 진행됐다”며 “발사한 미사일 탄두가 목표 지점인 동해상 800m 상공에서 정확히 폭발했고 핵탄두부의 핵폭발 조종 장치와 기폭 장치의 동작 신뢰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국방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800m는 북한이 KN-23에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핵탄두가 폭발할 때 살상 반경을 가장 크게 확보할 수 있는 고도로 우리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매체는 ‘핵반격 가상 훈련’을 했다며 KN-23의 구체적 비행 제원과 작동 절차 등을 공개해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북한 매체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떨어진 원자폭탄 ‘리틀보이(15㏏·1㏏은 TNT 1000t의 파괴력)’와 ‘팻맨(20㏏)’보다 강력한 소형 전술핵무기를 완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차 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투하된 리틀보이와 팻맨은 모두 550m 상공에서 터졌다. 미국은 당시 15∼20㏏급 원자폭탄의 파괴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폭발 고도를 설정했다. 원폭의 위력이 클수록 높은 고도에서 터뜨려야 표적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전술핵은 10∼20㏏급의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서울 상공에서 핵탄두가 터지면 그 위력은 얼마나 될까. 실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핵폭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누크맵’ 분석 결과 10㏏ 위력의 전술핵무기가 서울시청 일대 800m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예상 사망자는 4만 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경 1.47∼2.12㎞에 있는 사람들이 열복사 피해로 3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최종적으로 사망자는 4만 4000~11만 5000명, 부상자는 30만~4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누크맵은 미 스티븐스 공대의 앨릭스 웰러스타인 교수가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주요 싱크탱크들이 핵무기 폭발 결과를 추정할 때 사용한다. 핵 전문가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것보다 더 강력한 위력의 전술핵 개발을 암시하기 위해 800m를 폭발 고도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 50㏏급 이상에 이를 수 있는 위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목표를 변경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타깃으로 삼을 경우 피해 규모는 또 달라진다.
10㏏의 전술핵탄두가 실린 미사일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400m 상공에서 폭발했다고 가정하면 사망자는 4만 6510명, 부상자는 16만 4850명이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폭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153m에는 불구덩이가 생기고 1.36㎞ 내 주거용 건물은 무너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미한 부상자들까지 포함하면 최종적으로 피해 지역의 넓이는 한강 이남까지 확대돼 동작구 일대 41.7㎢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800m 상공에서 최대 살상력을 낼 수 있는 20㏏급 핵탄두가 폭발한 상황을 가정했을 때는 11만 46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53만 46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용산구 대통령실(3.6㎞)이 포함된 반경 5.29㎞(87.8㎢)가 핵폭발의 직접적 피해권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일대는 높이 7.21㎞의 거대한 버섯구름이 치솟고 서울 정부종합청사 및 명동 등이 포함되는 반경 1.16㎞ 이내는 피폭 1개월 내에 사망하는 수준의 치명상을 입는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용산구 후암동·남산타워 등이 들어가는 반경 2.12㎞ 안에 있는 사람은 3도 화상과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 하는 큰 부상을 입는 것으로 추산됐다.
무엇보다 대통령실을 겨냥해 용산 상공 800m에서 20㏏ 핵폭탄이 터지면 대통령실과 국방부·합동참모본부가 지도상에서 없어지는 수준의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 내 대학교와 아파트 등을 포함한 반경 1.91㎞ 이내 지역도 건물 붕괴와 핵폭발에 따른 화염 피해에 직접 노출되는 셈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일 ‘화살-1·2형’으로 추정되는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을 서해로 발사했다. 당시에 북한 매체는 “목표 섬 상공의 설정 고도 150m에서 공중폭발시켰다”는 점을 강조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순항미사일을 북한이 개발 중인 ‘화살-1·2형’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10㏏ 위력의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공개 보도를 보통해 ‘공중폭발’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150m에서 800m에 이르기까지 미사일에 대한 공중폭발 고도를 다양하게 설정해 핵 타격 임무를 수행했다고 주장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보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도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전술핵 위력을 실험하는 것으로 향후 대남 도발 시 이런 방향으로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남한의 타격 대상과 목적을 따져가며 최적의 핵 살상 효과를 낼 수 있는 공중폭발의 고도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
누트맵 결과에 따르면 핵탄두를 탑재한 화살 미사일이 요격을 피해 저고도로 서울에 침투한 뒤 서울시청 상공에서 150m까지 솟구쳐 폭발에 성공한다면 6만 910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는 11만 387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살상 반경을 넓히려면 상대적으로 높은 고도에서 폭발시켜야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지하 벙커 등 견고한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살상 반경은 줄어들지만 폭발 고도를 낮추는 게 더 효과적인 셈이다. 실제 누크맵 분석 결과 10㏏ 전술핵을 통해 콘크리트 시설물들을 붕괴하려는 목적이라면 102m, 부상자를 발생시키려는 의도라면 1010m가 각각 최적의 공중폭발 고도라고 예측됐다.
지난해 3월 북한은 미사일의 공중폭발 시험발사의 잇따른 공개와 함께 약 10㏏의 위력으로 추정되는 전술핵 카트리지 ‘화산-31형’도 공개하기도 했다. 화산-31형을 KN-23·24·25 및 화살-1·2형 등 8종의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다. 총알을 총에 장전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술핵탄두를 운용할 능력을 갖췄다는 과시인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사일 종류별 타격 용도를 달리해 시험발사를 진행하고 이론적 수치를 토대로 공중폭발의 위력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북한은 현재 남한에 최대의 인적·물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높이’를 찾고 있는 행보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북한은 핵실험을 여섯 번 했다. 가장 최근인 여섯 번째 수소탄 실험의 경우 폭발력이 100~300㏏에 달했던 것으로 예상됐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으로 핵 낙진이 날아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북한군은 대남 핵 공격을 가할 경우 남쪽 방향으로 바람이 불 때를 고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는 핵폭탄이 폭발하면 나노초 수준의 짧은 순간에 큰 에너지가 방출돼 약 1억 8000도의 열 폭풍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핵 폭풍과 함께 핵분열에 따른 고열의 열 복사선과 낙진이 퍼지면서 주변 근거 지역까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폭발에 따른 직접적 피해 반경도 4.26㎞에 달한다.
게다가 위력이 훨씬 큰 전략핵이 폭발할 경우 인명 피해는 더욱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서울을 향해 단 한 방의 핵미사일(250㏏급)을 쏠 경우 사망자 78만 3197명, 부상자 277만 8009명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낳는 것으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추산했다. 이는 6·25 한국전쟁 인명 피해(사망 37만 3599명, 부상 22만 9625명, 납치 및 실종 38만 7744명)와 일본의 2차 대전(사망 50만~80만 명) 당시의 인명 피해 규모보다 훨씬 큰 것이다.
이 매체는 북한이 2017년에 한 6차 핵실험의 위력을 108~250㏏ 정도로 보고 북한의 향후 핵무기 위력을 최대 250㏏까지로 높여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핵탄두 1개당 위력의 범주를 15~250㏏으로 나눠 7개의 시나리오별로 계산했다. 이때 서울 인구는 2410만 5000명으로 잡았다. 다만 미사일 시스템의 실제 신뢰도가 100%에 달하기 어렵다는 점,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맞서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한 점을 감안했다.
북한 핵무기 전체가 요격당하지 않고 명중할 가능성(폭발률·detonation rate)을 20%, 50%, 80%으로 각각 가정해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중 20%가 명중할 경우 핵탄두 위력이 15㏏일 때 서울의 인명 피해는 사망자 22만 명, 부상자 79만 명, 핵탄두 위력이 250㏏일 때 사망자 122만 명, 부상자 433만 명으로 예측됐다. 또 폭발 가능성 50%에서는 사망자 55만(15㏏ 기준)~175만 명(250㏏), 부상자 198만(15㏏)~623만 명(250㏏)으로, 80% 상황에서는 사망자 88만(15㏏)~202만 명(250㏏), 부상자 317만(15㏏)~719만 명(2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 주장대로라면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이 실전 사용 임박 단계에 왔다는 것”이라면서도 “(우리에게) 위협감을 주기 위해 북한이 과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