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가 10일(현지 시간) 오전 2시를 기해 시곗바늘을 1시간 앞당겼다.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시행하는 일광절약시간제(DST·서머타임)에 따른 것으로, 미국 시간이 곧바로 오전 3시로 이동한 셈이다. 매년 이 무렵 나오는 서머타임과 건강의 관계에 대한 논란도 다시금 떠올랐다. 서머타임으로 미국인들은 한 시간가량 수면 시간을 손해 보게 되며, 건강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본토 48개주와 워싱턴DC가 이날부터 서머타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와 시차는 1시간 줄어들며, 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14시간에서 13시간, 서부 시간으로는 17시간에서 16시간으로 조정된다.
서머타임은 낮이 길어지는 여름철을 앞두고 시간을 1시간 앞당겨 일몰 시각을 늦추는 제도다. 에너지 절약과 경제활동 촉진 목적으로 미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 등 전 세계 70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미국은 연방법에 따라 매년 3월 둘째 일요일에 시작해 11월 첫째 일요일에 종료하며, 올해는 11월 3일에 끝난다. 다만 하와이, 괌, 푸에르토리코 등 본토 외 지역을 중심으로 서머타임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높은 기온과 사막기후 탓에 일몰시간을 1시간 늦추는 만큼 야외활동이 상당히 제한되기 때문에 본토에서 유일하게 서머타임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머타임이 건강에 미치는 피해에 비하면 낮 시간이 길어지는 건 가치가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필리스 지 노스웨스턴대 파인버그의대 교수는 WP에 “생체시계가 태양 시계, 사회적 시계와 동기화되지 않으면 불균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체시계가 하루 24시간에 맞춰 진화해 있는데, 서머타임에 따라 일일 일정이 한 시간씩 변경돼도 몸은 실제 시간에 그대로 적응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수면 방해다. WP는 “사람의 몸은 평소 취침시간보다 1시간 빨라진 시간에 아직 잠들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반면 기상 시간은 1시간 빨라져야 정시에 출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손해 보는 수면 시간은 1시간이 넘는다는 얘기다.
이는 건강과도 직결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매년 미 전역에서 서머타임이 시행된 직후 월요일에 심장마비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4% 급증한다”며 “서머타임 해제 직후엔 심장마비로 병원에 오는 환자가 21% 감소한다”고 전했다. 핀란드에서는 서머타임 시행 후 이틀간 허혈성 뇌졸중 발병이 8%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2020년 한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자동차 사고를 분석한 결과 서머타임 시행 다음주에 충돌사고가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머타임이 시행되면 전기료가 늘고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미 상원은 2022년 3월 서머타임을 항구적으로 적용해 매년 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없게 하는 이른바 ‘햇빛보호법(Sunshine Protection Act)’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하원에서 처리되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WP는 그동안 미국 내 19개 주의회에서 서머타임을 영구 적용하는 법안을 만들거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안이 공식적으로 제정되려면 연방 의회가 연방법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
다만 서머타임을 항구적으로 적용한다 해도 어둠 속에서 기상하는 날이 길어지면서 생체시계와 균형이 깨지는 상황이 누적되는 문제가 있다. WP는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기의 불균형은 겨울철 계절성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높이고 암 확산을 늦출 수 있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한다”고 짚었다.
한편 유럽은 31일부터 서머타임을 시행, 한국과 시차는 중부유럽 시간 기준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어든다. 유럽연합(EU)은 3월 마지막주 일요일에 서머타임을 시작해서 10월 마지막 일요일에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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