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보유한 상장지수펀드(ETF)의 평가이익이 34조엔(약 30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닛케이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ETF 투자 수익금을 재무 기반 강화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닛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보험사 닛폰생명 산하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이데 신고 연구원은 지난 2월 말 기준 일본은행 보유 ETF의 시가총액이 사상 최대인 약 71조엔(약 637조원)으로, 평가이익은 34조엔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앞서 일본은행이 지난해 9월 집계한 보유 ETF의 시가는 60조6955억엔으로, 장부가(37조1160억엔) 대비 평가이익은 23조5794억엔이었다.
닛케이는 “반년도 안 되는 기간에 평가이익이 10조엔 이상 불어난 셈”이라며 “이유는 주가 강세”라고 평가했다.
일본 증시는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돌파하는 등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의 ETF 매입은 일종의 금융완화 및 금융시스템 안정화 정책으로 도입돼 사실상 ETF를 구성하는 일본 주식 시장을 떠받치는 효과를 내왔다. 중앙은행이 주식을 매입하는 금융정책은 유례를 찾기 힘든 방식이다.
일본은행은 2010년부터 국채와 함께 자국의 ETF를 사들이기 시작해 한때는 연간 6조엔 규모로 매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의 주요 공적연금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이 보유한 일본 주식보다 일본은행이 ETF를 통해 보유한 주식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본은행이 보유한 ETF의 시총은 도쿄증권거래소 시총(2월말 기준 948조엔)의 7%에 이른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주가 형성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본은행은 일본 증시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지난해 10월 4일(701억엔)을 마지막으로 매입을 멈췄다.
ETF는 국채와 달리 만기가 없어 매각하지 않는 한 보유량은 줄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수정과 관련해 마이너스 금리의 해제와 함께 ETF 처리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해제 후 금리가 오르게 되면 일본은행이 보유하는 국채의 가격은 하락해, 손실이 발생한다. 여기에 은행이 일본은행에 예치된 당좌예금의 적용금리를 올리면 그만큼 일본은행의 재무부담이 가중된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이 보유한 ETF를 국가 소유 금융기관이나 펀드 등으로 옮겨 현물 주식으로 전환한 다음 배당금을 받아 재무 기반을 강화해 공적 분야에 투자하는 방안, 국민에게 배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에다 카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6일 중의원 예산 위원회에서 보유 ETF의 처분에 대해 시간을 두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데 연구원은 “지금은 당장 ETF를 매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결론을 얻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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