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발행한 가상화폐 ‘오피셜 트럼프’의 주요 투자자 220명을 다음 달 골프클럽으로 초청해 비공개 만찬을 연다. 이를 계기로 해당 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통령직을 사적 이익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밈 코인 운영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상위 투자자 220명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저녁 만찬에 초대할 예정”이라며 초청 대상은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의 보유 규모를 기준으로 결정된다고 밝혔다.
만찬은 다음 달 22일, 백악관에서 차량으로 약 40분 거리인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가운데 상위 25명은 트럼프 대통령과 사전 환영 행사에 참석하고, 백악관 VIP 투어 기회도 제공받는다.
트럼프 밈 코인 측은 “더 많이, 더 오래 보유할수록 순위가 높아진다”며 코인 매수를 독려했다. 해당 소식이 SNS 등을 통해 퍼지자, 코인 가격은 단숨에 60% 이상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직접 밈 코인을 발행한 바 있다. 밈 코인은 주로 유머나 온라인 유행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투기성 암호화폐로, 실체보다는 화제성에 따라 가치가 출렁이는 특징을 갖는다.
NYT는 이번 만찬 초대에 대해 “가상화폐 투자를 대가로 백악관 출입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며, “전례 없는 윤리적 충돌”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암호화폐 정책을 담당했던 코리 프레이어는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돈을 낸 사람만 혜택을 받는 전형적인 ‘페이 투 플레이(pay-to-play)’ 구조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직자의 권한을 사적 이익에 활용했다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함께 백악관에서 ‘모델 S’ 차량에 시승하며 사실상 제품 홍보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달 초에는 백악관 부활절 행사 ‘이스터 에그 롤’을 앞두고, 특정 외부 이벤트 업체에 브랜드 노출 기회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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