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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연기·취소에…환자 발길 끊긴 수서역

◆빅5병원 상권도 덩달아 위축

서울로 상경하는 중증환자 거점역

예정된 수술 30~50%가량 축소

평일 매출 최대 80%이상 준곳도

"장사 안 되면 비울 수밖에" 울상

서울 강남구 수서역(고속철도) 역사 내 상점들 사이로 열차 이용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




“서울의 대형 병원에 가려고 지방에서 올라오던 손님들이 요즘은 없어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오던 분들도 방문이 뜸해졌어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장기화로 대형 병원들이 축소 운영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가 병원 인근 상권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강남세브란스 등 서울 동남권 대형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관문인 수서역(고속철도) 내 상인들은 ‘의료 대란’의 직격탄을 맞았다.

11일 수서 역사에서 가방·스카프 등을 판매하고 있는 50대 A 씨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지방 손님들이 많은데 의사 파업 이후 평일 매출이 최대 80%까지 감소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실제로 이날 승차권을 사는 키오스크 4대 중 한 대만이 사용되고 있는가 하면 하염없이 손님들을 기다리며 진열된 상품을 정리하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과일·떡 등 간식류 장사를 하는 B 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그는 “지방 환자 손님들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약봉지를 들고 간식 사러 오는 어르신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수서역은 2016년 개통 이래 서울로 상경하는 암 환자 등 중증 환자들의 거점역으로 환자들의 이동 편의를 책임지고 있다.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과 접근성이 좋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제5차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2022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시도별 지역 환자 구성비에서 서울은 59.7%를 기록했다. 구성비가 가장 높았던 제주(92.4%)와 32.7%의 큰 차이를 보였다. 도서 지역을 제외하더라도 서울은 유일하게 구성비가 60%를 넘지 않는 곳이었다. 지역 환자 구성비는 지역 의료기관 입원 환자 중 해당 지역 환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그만큼 서울 소재의 의료기관은 서울 이외 지역에서 온 환자가 많다는 뜻이다.





서울 강남구 수서역(고속철도)에서 열차 이용객들이 승차권을 구매하고 있다. 이정민 기자


이날 수서역 내 곳곳은 한적한 모습이었지만 드문드문 병원 진료를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승객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들은 열차를 기다리면서 약값 청구 내역을 확인하는 한편 휴대폰으로 대학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교수 진료 과목을 확인하기도 했다. 또 의사 파업 때문에 수술 날짜가 미뤄졌다며 다소 격앙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역사에서 액세서리 등 잡화를 판매하는 50대 C 씨는 “수서역 내부에 놀거리가 별로 없어서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구경 오는 손님들이 많은데 최근 확 줄어든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며 “우리도 매출이 안 나오면 점포를 비우고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방 거주자 중 빅5 병원에서 진료받은 인원은 2013년 50만 245명에서 2022년 71만 3284명으로 42.5% 늘었다. 5곳의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등이 수서역 권역 내의 대형 병원으로 꼽히며 이 밖에도 강남차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 등 대형 병원들이 즐비하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한 지역 환자들의 수도 2018년 87만 9208명에서 2022년 97만 6628명으로 10만 명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지는 의료 대란으로 수서역 인근의 대형 병원들도 예정된 수술의 30~50%를 연기 혹은 취소하면서 서울을 찾는 환자들의 발걸음이 감소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사 파업으로 역과 병원 주변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항상 파업은 소상공인이나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데 정부와 의사 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빨리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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