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당국이 대형 은행들에 부동산개발사 완커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고 부채 만기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헝다·비구이위안 등 여타 대형 부동산 업체들에 대해서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이어 청산 위기까지 내몰리는 와중에도 직접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내각인 국무원이 직접 완커에 대한 지원 노력을 조율 중에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당국은 완커 민간 채권자들에게는 부채 만기 연장을 촉구했으며, 금융기관들을 상대로도 지원 조치가 조속히 성과를 내도록 신속한 대응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중국 규제당국이 금융기관과 채권자들을 직접 만나 이 같이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은행에는 완커의 자금 조달 보장을, 보험사에는 민간 부채의 만기 연장 보장을 요구했으며 당국이 이들 금융기관에 채권 상환을 보장했다”고 밝혔다.
중즈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완커는 지난해 1~8월 판매액 2447억 위안(약 43조7000억 원)을 기록하며 중국 부동산개발사 중 2위(판매액 기준)에 올랐다. 로이터는 완커 문제에 중국 정부가 나선 게 위기에 처한 부동산개발사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매우 드문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청산을 앞둔 헝다나 디폴트가 선언된 비구이위안을 비롯해 여타 업체들은 지역 수준에서 대안을 논의하거나 시장에 맡겨졌다.
중국 정부가 완커 문제에 개입한 이유는 이 회사 지분을 중국 정부가 일부 갖고 있는 사실상의 국유기업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광둥성 선전시 국유자산 감독 기관 산하의 선전메트로는 완커 지분 33.4%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완커가 중국 부동산업체 중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은 몇 안 되는 회사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완커가 무너지면 중국 시장 전반의 신용도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부동산이 GDP(국내총생산)의 20%를 훨씬 넘고 중국인 재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부동산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앨빈 청 홍콩 푸르덴셜증권 부이사는 “중국 정부가 시장을 적극적으로 구하려 한다는 제스처를 보여주고자 한다”며 “헝다가 디폴트에 빠진 후 당국은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었다. 완커도 디폴트에 빠지면 시장에 새로운 유동성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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