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주민 수용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민들의 투자 참여’에서 찾았다. 세액공제 등의 혜택으로 주민들의 재생에너지 사업 투자를 유도하는 덴마크·독일 등이 대표적이다.
덴마크는 개인이 풍력발전에 투자해 얻은 연 7000덴마크크로네(약 134만 원) 이하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준다. 또 지역 주민 소유권 우선 구매제도에 따라 육상풍력발전소로부터 4.5㎞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발전소 지분의 최소 20%를 우선 매입할 권리를 갖는다. 일부 풍력단지의 경우 개발 단계부터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2000년 완공된 미들그룬덴 해상풍력단지는 8650여 명의 주민이 지분 75%을 소유하고 연 10% 이상의 수익을 배분받고 있다. 덴마크 풍력발전에서 주민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독일은 소득세·금융투자세가 높은 나라로 유명하지만 친환경에너지 투자에 대해서만은 80~100%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며 “덴마크는 청년들이 재생에너지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학비를 지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온 국민이 자연스럽게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다 보니 정치인들도 관심을 갖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재생에너지 주민참여제도를 수립하고 이익 공유를 제도화했다. 국내 최초의 주민 참여형 육상풍력발전소인 가덕산 풍력발전소(2020년 9월 상업운전 개시)에 이어 2026년에는 최초의 주민 참여형 공공 주도 해상풍력 사업인 제주 한동·평대 해상풍력 사업이 착공할 예정이다. 한동·평대 해상풍력 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지분 중 13%는 구좌읍 평대리 주민들이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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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분율 제고, 세제 혜택 도입 등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특히 올 들어서는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투자금이 부족할 경우 정부 대출을 받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던 제도가 예산 전액 삭감으로 사실상 폐지되는 등 오히려 일부 후퇴의 기미도 엿보인다. 윤 대표는 “과거에는 소득 등 아무런 기준 없이 인근 지역 거주자 누구든 대출해주는 방식이었지만 그렇다고 예산을 통째로 없애면 투자금이 없는 지역 주민들이 소외되고 만다”며 “대출 한도 축소, 차상위 계층 중심의 대출, 지역 상품권 지급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주민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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