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투자자를 상대로 1조 4000억 원 상당의 코인을 받아낸 뒤 돌연 출금을 금지한 하루인베스트 사건과 관련해 1만 명이 넘는 외국인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루인베스트 사태로 피해를 입은 외국인이 내국인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나라 사법기관의 수사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외국인 피해자 측에 따르면 하루인베스트에 코인을 유치한 1만 6347명 중 외국인은 1만 1313명이며 피해 규모만 1조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의 국적은 미국·인도·프랑스·핀란드·호주·아이슬란드·노르웨이·라트비아·아일랜드·스위스 등으로 다양하다. 전체 피해자 중의 극히 일부인 외국인 피해자 수십 명을 대리하고 있는 법률사무소 등이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 금액만 약 400억 원에 달한다.
외국인 피해자들은 법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럽 출신의 한 피해자는 “한국의 예금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평가를 보고 투자를 했다”며 “그러나 예금자들은 8개월 이상 자신의 자금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고 접근할 수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유럽 국가 국적의 피해자 한 명은 “현재 외국인투자가들은 정보 부족과 극도의 불확실성에 떨고 있다”며 “일부 예금자 중에서는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한국 검찰과 법원이 이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하루인베스트는 2019년 8월께 출시된 가상자산 운용 플랫폼으로 비트코인(BTC)·이더리움(ETH)·테더(USDT) 등의 가상자산을 예치하거나 투자 상품에 가입하면 수익을 지급해주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의 공소장에 따르면 하루인베스트는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홈페이지, 블로그, 홍보 자료 등에서 지속적으로 ‘가상자산을 맡겨두면 최대 16%에 이르는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문구 등을 통해 투자자들을 유치했다. 그러나 하루인베스트 운영 법인은 2019년 말부터 자본잠식 상태였고 하루인베스트 운영 법인의 자산과 고객들로부터 예치받은 가상자산을 분리하지 않은 채 관리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루인베스트의 운용 수익으로 고객들의 수익 지급 및 운영 비용 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2020년 3월께부터 예치받은 가상자산 419억 원어치를 업체 직원 급여 지급, 채무 변제 등 각종 운영 비용 등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선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외부 운용사를 선정해 예치 자산의 90% 이상에 달하는 비트코인 5000개, 이더리움 3만 개, 테더 1000만 개를 위탁하는 등 일명 ‘몰빵 투자’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인 운용을 담당하는 전문인력은 1~2명에 불과했다. 결국 하루인베스트는 지난해 6월 13일 오전 9시 40분께 투자자들의 모든 입출금 요청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하루인베스트 운영 업체 공동대표 A(44) 씨와 B(40) 씨, 사업총괄대표 C(40) 씨를 구속 기소했다. 업체 최고운영책임자 D(38) 씨 또한 불구속기소했다.
일각에서는 하루인베스트 사태가 2022년 5월께 발생한 ‘루나·테라 폭락 사태’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법적 대응은 하루인베스트 사태가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권도형과 신현성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창업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한국산 가상자산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는 가상자산으로 세계 최대 코인거래소인 바이낸스와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등에 상장돼 있었다.
이에 각 나라 피해자들은 자국 검찰 등을 통해 고소·고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검찰은 권 씨를 증권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또한 미국 법원이 테라·루나에 대해 증권성이 있다고 규정했다는 점을 근거로 권 씨를 고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하루인베스트는 본사가 우리나라에 있는 데다 코인을 예치하는 조건으로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중간에 외국 가상자산거래소 등이 껴 있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대응해야만 한다.
일부 외국인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진현수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하루인베스트 사태는 단순히 한국의 가상자산 사기 사건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전 세계에 산재한 글로벌 사건”이라며 “외국인투자가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가동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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