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청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폭언·폭행 등 민원인의 위법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 지침을 마련한다. 민원인이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를 방해할 경우 형사 고발 등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민원처리법을 근거로 ‘민원인 위법행위 법적 대응 매뉴얼(가칭 매뉴얼)’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및 252개 시군구에 전달돼 곧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앞서 행안부는 김포시청 공무원이 숨진 지 이틀 만인 8일 혁신조직국과 지방행정국, 자치분권국 등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매뉴얼에는 형사 사법절차상 단계별로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담겼다. 피해 공무원이 소속된 기관별로 법적 대응 전담, 민원 처리 담당 부서, 피해 공무원으로 분류해 상황 발생 시부터 경찰 수사와 기소, 공판 등 각 단계별로 업무 지침과 대응 요령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피해를 입은 공무원이 변호사 선임비와 치료비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는 방법도 포함됐다. 또 폭언·폭행·성희롱 등 악성 민원의 유형별 판례와 함께 고소장 등 각종 서식을 작성하는 방법도 담겼다.
행안부가 해당 매뉴얼을 마련하게 된 건 폭언·폭행 등에 노출돼 있는 공무원의 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법에 민원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근거가 마련돼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4월 민원 공무원 보호를 위한 민원처리법 시행령을 개정한 데 이어 10월에는 웨어러블 캠 지급 등 민원공무원 보호 조치 사항을 구체화한 ‘민원인의 위법행위 및 반복 민원 대응 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그러나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읍면동 주민센터 등 일선 민원기관으로 내려갈수록 기관장의 대처가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최근 공무원을 상대로 한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는 증가하는 추세다. 행안부에 따르면 ‘공무원 상대 민원인의 위법행위’는 2018년 3만 4484건에서 2021년 5만 1883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2022년에도 4만 1559건을 기록했다. 실제 알려지지 않은 사례까지 더하면 현장에서 공무원을 상대로 한 악성 민원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원인으로부터 피해를 입고도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매뉴얼은 정부가 피해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피해 공무원의 법적 대응을 지원하고자 매뉴얼 마련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한편 김포시 공무원 A 씨는 앞서 5일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지난달 29일 김포의 한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로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온라인의 한 커뮤니티에는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 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가 공개됐고 이후 A 씨를 비난하는 글과 함께 항의성 민원 전화가 빗발쳤다. 이와 관련해 김병수 김포시장은 13일 김포경찰서에 A 씨 사건과 관련한 가해 누리꾼들에 대해 공무 집행 방해, 모욕,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시는 A 씨와 관련해 온라인 카페에서 작성된 신상 정보 공개 글, 집단 민원 종용 글, 인신공격성 게시글, 전화상 욕설이나 협박성 발언 등을 수집해 경찰에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