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아이돌의 포토카드를 모으려고, 팬 사인회에 가려고 CD를 수십~수백 장씩 구입하는 케이팝 팬들이 적지 않습니다. CD를 사야만 이러한 ‘특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산 CD는 전부 소장하는 걸까요? 당연히 그대로 버려질 확률이 높습니다. CD를 구입한 매장에서 곧바로 버리고 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다행히도, ‘지속 가능한 덕질’을 위해 케이팝 산업도 팬들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CD 한 장=탄소배출량 500g
CD 한 장당 제작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00g으로 추정됩니다. CD 제작에 필요한 원료인 폴리카보네이트, 폴리에스터는 석유를 기반으로 만든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이미 탄소 배출이 이뤄지고, 플라스틱 원료를 가열·압축하는 프레스 작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장당 500g이라면 에스파처럼 잘 나가는 그룹의 경우 초동판매량(발매 후 첫 일주일 간의 판매량)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만 무려 84.5만kg(169만장X500g)이란 계산이 가능합니다. 비행기로 지구를 74바퀴 돌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과 맞먹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CD는 버려지는 과정(매립·소각)에서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합니다. "(CD 소비량이 많았던)과거에는 CD와 케이스를 선별해 재활용했지만, 지금은 CD만 따로 모으지 않으면 선별장에서 전부 쓰레기로 버린다"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님의 말씀. 현재로서는 CD나 양면 코팅이 돼 있는 포토카드는 일반 쓰레기로 버리고, 코팅이 되어있지 않은 종이 화보집 정도만 종이로 분리배출하면 된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플랫폼 앨범, 미니 앨범…그린워싱은 아닐까?
CD 쓰레기의 폐해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CD가 포함되지 않은 ‘플랫폼 앨범’을 출시하기 시작한 건데요. 팬들이 원하는 포토카드가 담겨 있고, 음악과 영상은 스마트폰 앱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플랫폼 앨범은 그럼 얼마나 친환경적일까요? 플랫폼 앨범을 제작해 온 미니레코드의 김익 대표님은 "모든 앨범에 FSC 인증(친환경 종이 인증) 종이를 쓰고 있고 6월 이후부터는 플랫폼 앨범에서 가장 환경에 유해한 물질이었던 PVC 코팅을 쓰지 않기도 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도 7월 1일부턴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진 앨범만 써클 차트(대중음악 인기 차트)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이미 지난해 써클차트 내에서 대체 앨범 비중이 4.8% 정도였는데, 올해는 20%를 넘길 전망"이라는 김 대표님의 관측.
이미 많은 케이팝 팬들이 외치고 있습니다. "죽은 지구엔 케이팝도 없다"고 말입니다. 플랫폼 앨범에 발빠르게 적응한 에이티즈의 이야기, '그린 옵션'의 친환경성, 앞으로의 보완책에 대해선 영상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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