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양행이 회장직을 신설했다. 유한양행에서 회장‧부회장 직제는 부활은 28년 만이다.
15일 유한양행은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제2호 의안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통과시켰다. 제33조(대표이사 등의 선임) 등 기존 조항에 회장과 부회장직이 추가하고 이사 중 회장과 부회장을 선임하는 것이 골자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사유화 우려 등 유일한 회장의 진심에 어긋나지 않도록 제가 있는 동안 틀림없이 잘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에서 회장‧부회장 직제가 다시 생긴 건 1996년 이후 28년 만이다. 유한양행의 100년 넘은 역사에서 회장 직함을 단 사람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와 연만희 고문 단 두 명뿐이다. 유 박사의 유언에 따라 전문경영인 체제 속에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중심으로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져왔다.
이로 인해 이번 회장직 신설이 유 박사의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달 11일 미국에서 귀국한 유일한 박사의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할아버지 유지(정신)이 제일 중요하다”며 “모든 것은 할아버지 유지에 따라 평가돼야 한다”며 “유일한 박사의 이상과 정신을 가이드라인 삼아 회사의 지배구조 등 모든 것이 얼마나 정직했는 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유한양행 직원들도 이날 회장직 신설이 특정인을 위한 것이라면서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유한양행은 “글로벌 50대 제약회사로 나아가기 위한 선제적 직급 유연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정희 의장 또한 앞서 "회장직에 오르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과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김열홍 유한양행 R&D(연구개발) 사장 △신영재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 △김준철 다산회계법인 회계사 등 5명의 이사 선임에 대한 안건 등도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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