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언급 논란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광주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황 수석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질문에 “발언의 맥락이나 경위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부적절한 발언 같다”고 말했다.
앞서 MBC에 따르면, 황 수석은 전날 MBC 기자를 포함한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점심 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라고 말한 뒤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당시 중앙일보 자매지였던 중앙경제의 사회부장이던 오홍근 기자가 군에 비판적인 칼럼을 쓰자 군 정보사령부 상관의 명령으로 현역 군인들이 오 기자를 습격한 ‘오홍근 테러사건’이다.
황 수석은 또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에 4~5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배후가 있다고 의심이 생길 순 있지”라며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말하면서도 “다만 증거가 없다면 주장하면 안 된다”고 했다.
황 수석은 함께 식사한 기자들에게 농담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MBC 보도 이후 야권과 언론 단체에서는 거센 비판이 터져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욕설 보도를 놓고 현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MBC를 상대로 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의 충격적인 협박”이라며 황 수석의 해임을 촉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권 입맛에 안맞으면 회칼로 찌르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실의 언론관이냐”면서 “황 수석은 즉각 사표 쓰라. 대통령과 참모가 손에 손잡고 오른쪽 낭떠러지로 달려가는 것을 보니 한심하다”고 적었다. 이동영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도 “농담이랍시고 피습사건을 거론하며 특정 언론사를 겨냥하는 대통령실 비서관을 감히 ‘시민사회’ 수석이라 부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황 수석이 평생 군사독재에 맞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오홍근 기자에 대한 만행을 태연하게 언급한 것은 언론의 비판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모든 기자를 표적으로 '테러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위협이나 마찬가지”라며 황 수석 해임과 이번 발언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황 수석 발언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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