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아바섬의 어부들은 다른 지역보다 편안하게 지내고 섬의 우물물도 다른 곳보다 좋다.’
1879년 영국 해군이 작성한 ‘중국해 항해 지침’에는 이 같은 기록이 나온다. 영어명 이투아바(Itu Aba), 중국과 대만에서는 타이핑다오(太平島)로 불리는 남중국해의 섬에 관한 설명이다. 필리핀에 더 가깝지만 중국 하이난의 어부들이 오가던 이곳은 20세기 들어 프랑스와 일본에 차례로 점령당했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중화민국(대만)의 지배하에 놓이게 됐다. 대만섬에서 약 1500㎞ 이상 떨어진 이곳을 지금까지도 대만이 실효 지배한다. 당시 중화민국은 타이핑다오를 광둥성의 일부로 선언하고 1946년 타이핑호·중예호 두 척의 군함을 파견했다. 타이핑다오는 군함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가 대만섬으로 옮겨간 뒤로는 행정적으로 대만 가오슝시에 속해 있다.
영유권 다툼이 치열한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에서도 가장 큰 자연섬인 타이핑다오는 중국·필리핀·베트남 등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이다. 주변국을 물리치고 1956년부터 군대를 주둔시킨 대만은 실효 지배 강화를 위해 2000년부터 이곳을 해경 관할로 두고 등대·부두·공항 등을 지었다. 전체 길이 1.4㎞인 타이핑다오에 1150m에 달하는 활주로도 있다. 2020년부터는 17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항만 준설과 부두 개조 공사를 벌여 이달 18일 완공식을 개최했다. 이제 전력과 물·연료 보급 시설을 갖추면 대형 함정 정박과 장기 체류도 가능해진다.
2016년 마잉주 총통의 방문을 끝으로 차이잉원 총통은 주변국들의 반발을 의식해 한 번도 타이핑다오를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사 완공으로 타이핑다오에 대한 대만의 실효 지배가 강화된 만큼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주변 해역에 수시로 선박을 들여보내며 도발해온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우려된다. 가뜩이나 중국과 필리핀 간 영유권 분쟁이 격화하는 상황이다. 남중국해의 긴장 고조가 한반도로 전이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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