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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의 아득한 기억, 회화와 조각으로

K&L뮤지엄, 빌리바길홀·마크 생부쉬 2인전


유년시절의 기억을 예술로 풀어낸 해외 신진 작가의 전시가 국내에서 열린다.

경기도 과천의 사립 미술관 K&L 뮤지엄은 해외 신진작가 빌리 바길홀(Billy Bagilhole)과 마크 생부쉬(Mark Sengbusch)의 2인전 ‘언더 더 트리 트렁크’를 오는 28일부터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의 제목은 희미하게 남겨진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나온 아름다움과 감각의 세계에 자리 잡은 가능성을 되짚어 보는 의미를 담는다.

빌리 바길홀의 '쉬 슬립스 스루 스톰스'. 사진제공=K&L뮤지엄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길홀은 일찍 아버지와 이별한 후 남은 가족들이 겪은 상실과 트라우마, 애도의 시간 등을 회화로 승화했다. 작가의 아버지는 벽화 아티스트였다. 덕분에 작가는 일찍이 자연스럽게 다채로운 이미지와 색, 상상의 세계를 접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은 작가에게 감성적 변화의 경험을 가져다 준다. 바길홀은 작품을 통해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마주하는 우울감과 희망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한다.

마크 생부쉬의 ‘아스가르드(Asgard) 2024’. 사진 제공= K&L뮤지엄




반면 뉴욕에서 활동한 생부쉬는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블록, 80년대 가구, 90년대 팝 문화, 닌텐도 게임 등에서 영감 받은 작품을 통해 좀 더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는 수채화에서 어린이 장난감을 떠올리게 하는 연두색, 하늘색 등 밝은 색상을 주로 활용하고, 유기적으로 얽히고 뻗어나가는 매듭 고리를 반복적으로 등장시켜 확장성을 표현했다. 주로 수채화, 합판 타일 회화, 목재 조각 등 다양한 시도와 재료를 활용해 작업해 온 생부쉬는 이번 전시에서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두 점의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2017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와 일본 교토(京都)를 방문한 뒤 건축적인 형태의 조각 작품을 제작해왔다. 못이나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고리와 조립식 구조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태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은 소재의 차갑고 단조로운 시각적 특성을 작품에 보존해 입체 자체의 물성을 강조한다. 과거와 차별화된 작업 방식은 따뜻함보다는 견고함을, 조화 보다는 전체성을 부여한다. 전시는 5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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