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조기 귀국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 대사에 대한 빠른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그간 지지부진한 수사 탓에 아직 이 대사를 본격 조사할 단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또다시 처장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하며 ‘공수처 폐지론’까지 대두되는 모양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이 대사를 소환하지 않을 경우 ‘수사 지연' 논란이 거세지는 만큼 이 대사 출석 통보에 무게감이 실린다. 앞서 공수처는 6개월 동안 한 번도 이 대사를 조사하지 않다가 이 대사의 출국금지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7일 뒤늦게 소환해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압수물 분석과 사건 실무자 등 소환 등 기초적인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현 상태에서 의혹의 ‘윗선’인 대사를 조사할 경우 ‘보여주기식 소환’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귀국한 이 대사의 수사 일정 등 질문에 “현재로서는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국방부 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의 포렌식 작업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지난 7일 이 대사를 소환했지만 4시간 가량의 짧은 조사를 하는 데 그쳤다.
이어지는 공수처 수장 공석 상태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공수처장 직무대행을 하다 4일 사직서를 낸 김선규 수사1부장검사가 20일 처장 직무대행으로 복귀했다. 이로써 공수처는 네 번째 ‘처장 직무대행 체제’를 맞았다. 장기간 이어진 수뇌부의 공석과 인력 부족으로 향후 실질적인 수사 진척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임 공수처장 지명은 총선 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공수처를 둘러싼 끊이지 않는 잡음은 곧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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