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의 이번 반독점 소송은 애플 사업 모델의 핵심을 공격하고 있다.” (팀 우 전 백악관 기술·경쟁정책 특보)
애플의 핵심 사업 모델인 ‘애플 생태계’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졌다. 애플 생태계는 애플 고객들이 경쟁사 하드웨어나 애플리케이션으로 빠져나가기 어렵도록 촘촘하게 설계됐지만 미 법무부는 반독점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이를 정조준하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미 법무부는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하면서 아이폰 기능을 통제해 경쟁사들이 혁신적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일을 막은 점을 문제 삼았다. 5년간의 조사 끝에 제기한 이번 소송은 아이폰을 중심으로 노트북·태블릿·스마트워치 등 자체 기기를 통해 구축해 온 ‘애플 생태계’를 겨냥하고 있다. 애플 생태계에서만 앱을 허용하고 타사 기기와의 호환은 제한해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walled garden)’을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막대한 수입을 올려왔다는 것이 미 법무부의 판단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62%(출하량 기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애플이 (폐쇄적인 생태계를 통해) 미국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불법적인 독점권을 유지해 왔다”며 “이런 불법적인 독점은 혁신을 저해했고 소비자들은 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점도 위기감을 키운다. 지난해까지 생성형 AI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애플은 올해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주가가 내리막을 걷자 뒤늦게 올 하반기 생성형 AI 전략을 공개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플이 생성형 AI 시대를 주도할 만한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 속에 주가는 연초 대비 11% 이상 하락했다.
설상가상 애플은 최근 주력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화웨이 등 현지 스마트폰 제조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위기감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에서 올해 첫 6주간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64% 급증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일 년 새 3번째로 중국을 방문하며 분위기 전환에 부심하고 있지만 미중 갈등 속에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소송은 1998년 MS를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과 상당히 유사하다. 당시 MS는 PC 운영체제(OS) 시장의 압도적 위상을 이용해 웹브라우저 점유율을 높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법무부는 애플이 “MS와 같은 전술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더 높은 가격, 더 적은 신제품, 더 나쁜 사용자 경험’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