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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천천히 오세요"…미술·체육시간 즐기며 창의력 '쑥쑥'

■수원 이의초 늘봄학교 가보니

창의공예·놀이한글 등 교육 다채

담임 교사가 가르쳐 만족도 높아

유휴 공간 리모델링해 공간 확보

반응 좋아 내년엔 고학년도 대상

공간 부족·외부강사 채용 부담도

수원 이의초 늘봄학교에 참여한 초1 학생들이 11일 친환경 소재 교구를 활용해 꽃 화분과 공룡 모형을 만들고 있다. 광교=이호재기자.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더 놀 수 있어서 좋아요.”

11일 오후 1시 30분 경기도 수원 이의초등학교에서는 늘봄학교 ‘초1 맞춤형 프로그램’ 두 번째 시간인 창의 공예 수업이 한창이었다.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에 따라 옥수수 전분과 사탕수수 셀룰로오스 등 친환경 소재 교구를 활용해 꽃 화분과 공룡 모형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의초는 지난 5일부터 늘봄학교 참여를 신청한 초1 학생들에게 평일 오후 12시 20분부터 1시 50분까지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 2개를 각각 40분씩 진행하며 오후 1시에 10분 간 쉬는 시간을 갖는다. 맞벌이 부모의 방과 후 돌봄 부담과 사교육 수요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올해 1학기에는 전체 초1 학생 126명 중 절반 이상인 70명(55.5%)이 늘봄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이의초의 늘봄학교는 학부모 수요를 적극 반영해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창의공예’, ‘창의미술’, ‘보드게임’ 등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친구들과 역할놀이를 하면서 한글과 숫자에 친숙해지는 ‘놀이한글’, ‘놀이수학’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독서활동’ 시간에는 교사들이 직접 동화책을 읽어준다. 체육 활동을 하는 ‘튼튼교실’도 주 2회 이상 진행한다. 프로그램 세부 내용은 교사들이 매주 회의를 거쳐 정한다.

이의초는 외부 늘봄 전담 강사를 채용하진 않았다. 대신 초1 담임 교사 4명이 직접 12명~15명의 학생을 맡아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검증된 늘봄 전담 외부 강사를 채용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다행히 초1 담임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자원했다. 이전에도 교사들은 학교 정규 수업을 마친 뒤 방과 후 활동 전까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돌봐야했기 때문에 늘봄학교 도입 전후 업무량에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담임 교사가 학생의 개별 특성을 잘 알고 있고 학생들 역시 낯설지 않은 환경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어 안심하고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의초의 슬로건이 ‘엄마 품처럼 따뜻한 늘봄’으로 자리잡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초1 학생들은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친 뒤 학교에서 저녁 돌봄도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은 대부분 5시경 귀가한다. 22명가량의 학생은 매일 7시까지 남아 돌봄을 받는다. 이의초는 학부모 수요가 없는 오전 7시 아침 돌봄 프로그램은 따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의초의 늘봄학교는 학생들이 저녁까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유휴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몇 년 간 쓰지 않은 교실을 리모델링해 체육 공간인 ‘꿈담배움터’를 만들었다. 또 각 층의 복도 빈 공간에 책상과 의자 등을 배치해 늘봄 수업 공간을 확보했다. 기존 어학실을 재구성해 저녁에는 체육실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의초는 지난 2년 반 동안 수원교육지원청으로부터 지원 받은 3000만 원을 포함해 총 6000만 원을 학교 리모델링 사업에 투입했다.

수원 이의초는 각 층의 복도 빈 공간에 책상과 의자 등을 배치해 늘봄학교 프로그램 운영 공간을 확보했다. 광교=이호재기자.


이의초는 초1 뿐만 아니라 초2·3 대상으로도 미래형 맞춤형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초2 154명 가운데 118명이, 초3 153명 중 120명이 이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3학년 대상 미술 프로그램에는 특수학생 2명도 같이 참여한다. 학급 수가 줄면서 생긴 여유 교실에서 미래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의초는 내년부터는 초4 이상 고학년을 대상으로 늘봄하교를 확대해 대학·산학 연계 진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새롭게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이의초는 내년부터 늘봄학교를 초3 이상 고학년까지 확대하게 되면 늘봄 전용 공간과 전담 교사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수업을 하는 교실을 방과 후에도 겸용으로 사용할 경우 초등 교사들의 업무 공간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주영 이의초 교감은 “초등 교사들은 중·고등 교사들과 달리 교무실이 없는데 협의회실을 따로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스템 보안 문제로 교실에서 쓰는 자료와 메신저를 다른 공간에서 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검증된 외부 강사 채용도 하늘의 별따기"라며 “지금은 교사들의 협조로 잘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한 늘봄학교 정책이 어느덧 3주 차에 접어들면서 참여 학생 수는 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20일 기준 늘봄학교 참여 학생은 운영 초등학교의 1학년 학생의 약 71%인 13만명가량이다. 이는 학기 초인 3월 4일 대비 7000명 이상, 지난해보다는 약 2배 증가한 규모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공간 부족과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중으로 협업부처인 행안부, 여성가족부 등과 ‘늘봄학교 조기안착지원팀’을 꾸리고 공간 확보와 프로그램 개발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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