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 금융상품의 판매 제도와 관행 전반을 뜯어고치기 위해 나섰다. 최근 홍콩 H지수 ELS 상품의 대규모 투자 손실 사태에 대한 후속 조처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 등에 고위험 금융상품의 판매를 조건부로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이르면 내달 중순까지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외에도 판매사 성과평가지표에 고객수익률을 연동하는 방안 등도 고려된다.
앞서 금감원은 22일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별 감독·검사·소비자보호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내부협의체를 구성해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제도·관행 전반의 개선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협의체는 현장검사 결과 등을 참고로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진단한 뒤 개선방안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월 8일부터 두 달간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 등 6개 증권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판매정책·고객보호 관리실태 부실과 판매시스템 차원은 물론 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불완전 판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원금 보장을 선호하는 은행 고객의 특성을 감안해 은행에서 ELS 등 고위험상품 판매를 아예 금지하는 방안을 비롯해 금융회사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제한 여부와 방식을 따져볼 계획이다. 금융권별 고객 특성을 감안하되 고객의 금융상품 선택권·접근성 등도 고려 대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무조건 고위험 금융상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게 능사가 아닌 만큼 판매를 허용하되 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라며 “미국, 영국 등 주요 해외사례를 파악한 결과,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는 대개 허용이 돼 있지만 일정 정도 조건이 부여된 사례가 있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협의체는 판매회사와 고객 간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판매회사의 성과평가지표(KPI)와 고객의 이익을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본점에서 주력상품을 정하고 KPI에 많이 반영하겠다고 하면 그 상품을 맞지도 않는 고객에게 권하는 행태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면서 “앞서 사모펀드, DLF 사태 때도 금융사의 이익에 따라 쏠림현상이 일어난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매사의 이익이 중심이 아니라 고객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맞는 상품을 팔고 마지막에 그 고객이 상품을 돌려받았을 때 얼마가 남느냐로 평가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면 지점 단위로 고객에 판 상품의 만기 시 수익률에 따라 성과평가를 하는 방안을 비롯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협의체는 금융회사 영업창구 판매 행태와 소비자의 행동패턴 등을 고려해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등이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장치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과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전 과정에 대한 금융회사 자체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협의체에서 개선방안에 대한 윤곽이 나오면 소비자단체와 금융업계, 학계 연구기관 등의 의견을 듣고 최종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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