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들이 잇따라 음주 폭행 시비에 휘말리거나, 음주운전을 해 사고를 내 대기발령 조치를 받는 등 경찰 내부에서 각종 비위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경찰 지휘부에서 ‘엄중 경고’를 내렸음에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경찰 내부에서는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라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오후 10시 30분께 서울 도봉경찰서는 도봉구 길거리에서 술을 마신 뒤 시민 일행과 시비가 붙은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경사 한 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다.
지난 7일 오전 1시 22분께 서울 강동경찰서 관내 한 지구대 소속 30대 여성 순경 한 명은 술에 취해 경기 성남시 중원구 소재의 한 아파트 정문 인근에서 잠이 들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성남중원경찰서 소속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해당 순경은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지만, 그는 경찰이 자신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위력이 있었다며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경찰의 주취 사고가 이어지자 경찰 지휘부는 경찰 내부 기강 해이에 대해 경고장을 날리기 시작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7일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과 일선 경찰서장과 화상회의를 갖고 ‘의무위반 근절 특별경보’를 발령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 또한 지난 6일과 11일 연달아 일선 경찰들의 비위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조 청장은 “관리자에게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며 일선 서장들에게 책임을 물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휘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음주 폭행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2시 40분께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 노상에서 서울경찰청 35기동단 소속 경위가 술에 취해 시비가 붙은 시민과 서로 폭행했다. 결국 지휘부는 지난 12일 해당 경위가 소속된 35기동단의 책임자인 기동대장을 대기발령 조치하면서 책임자 처벌을 현실화 했다.
이어 지난 17일 오전 3시 강서경찰서 소속 경장 1명이 서울 영등포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옆 테이블 남성을 폭행해 직위해제되기도 했다. ‘손님들이 몸싸움 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해 출동한 경찰은 해당 경찰관의 신분을 확인한 뒤 감찰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광진경찰서가 같은 날 오전 11시 50분께 경기 파주 소재의 한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부른 광진서 소속 경위 한 명에 대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길거리에서 지인 남성과 싸움을 벌여 폭행 혐의로 입건 돼 대기발령 된 상태에서 재차 비위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경찰의 비위행위는 음주 폭행 뿐만이 아니다. 이번 달 들어 대구에서는 잇따른 경찰의 음주운전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11시께 대구남부경찰서 소속 교통팀장은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하다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3.5㎞가량을 도주하다 시민에게 붙잡혔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2%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다음 날인 7일에는 대구 수성경찰서 형사과 소속 경장이 혈중알코올농도 0.133%의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3중 추돌 사고를 내기도 했다.
성비위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6일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20대 경사 한 명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미성년자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지고 영상까지 촬영해 직위해제 당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29일 서울 강북경찰서 소속 40대 경사 한 명 또한 강남의 한 건물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여성과 성매매를 하다 현장에서 단속반에 적발되기도 했다.
수사 유출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14일 부평경찰서와 인천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두 명이 보이스피싱 조직 측의 부탁을 받고 경찰 내부 시스템을 통해 조직원들의 지명수배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직위해제 됐다. 인천경찰청은 압수수색을 통해 구체적 정보 유출 경위와 금품 수수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배우 이선균 씨와 관련해 공무상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인천경찰청 소속 간부급 경찰관 한 명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23일 수원지법 송백현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의 비위 행위가 최근 들어 잇따라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자 경찰 내부에서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관리자 급 경찰관 A 씨는 은 "요즘 연달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내부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의미"라며 "경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면 내부에서 자정작용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 B 씨는 “지휘부가 특별 경고를 내렸음에도 비위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 조직문화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동료 경찰관들과 ‘당분간은 음주를 자제하자’라며 자체 금주령을 내리는 사례도 최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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