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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5선 되자마자 구멍뚫린 러 안보…지정학 리스크 고조 [모스크바 테러]

19시간 만에 모습 드러낸 푸틴

책임 피하려 우크라 배후로 지목

분위기 반전 노려 '확전' 가능성

원자재·금융시장 파장도 불가피

테러 직후 달러인덱스 0.12%↑

러시아 소방관들이 모스크바 크로커스시티홀 공연장에서 22일(현지 시간) 발생한 대규모 총격 방화 테러 현장에서 구조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발생한 테러 사건으로 24일 현재까지 13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AP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대형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과 화재 테러가 발생하며 최소 133명 이상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크렘린궁과도 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진 테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는 사이 정작 자국 안보에 구멍이 뚫렸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번 사태가 전 세계 지정학적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러시아가 3년째를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전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리아노보스티 등 현지 매체들은 22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북서부 외곽의 공연장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최소 3명의 무장 괴한이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이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한 관련자 11명을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브랸스크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당국이 꾸린 사건조사위원회는 23일 기준 사망자가 최소 133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TV 연설에서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참사 19시간이 지나서야 대국민 연설로 모습을 드러낸 그가 시종일관 강조한 부분은 ‘우크라이나’였다. 용의자 4명의 사진을 공개하며 자신들을 테러 배후로 자처한 이슬람국가(IS) 언급은 없었다. 푸틴 대통령은 용의자들에 대해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용의자들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비난할 때 쓰는 ‘나치’와 같다고 하며 연관성을 암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그들이 키이우 정권의 테러리스트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그들 모두는 찾아지고 무자비하게 파괴될 것"이라며 "죽음에는 죽음으로"라며 ‘피의 보복’을 경고했다.



이에 대해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푸틴과 다른 인간쓰레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려 한다”며 즉각 반격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찰스 리치필드 부국장은 (푸틴의 발언에 대해) “분위기를 반전시킬 확실한 경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 짓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테러에 따른 러시아인들의 충격은 9·11 테러 당시 미국에 비견되는데, 그만큼 러시아가 노출된 지정학적 안보 불안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모스크바 시내에서 불과 20㎞가량 떨어진 곳에서 100여 명이 숨지는 참극을 막지 못했던 만큼 ‘국가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지도자’로서의 위상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미국 측에서 테러 위험을 경고했는데도 푸틴은 이를 사회 불안을 야기하려는 “도발적 발언”이라며 무시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FSB도 전쟁 발발 이후 자원을 우크라이나 쪽으로 집중 배치했고 그 공백이 실제 테러로 이어졌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으로 지정학적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푸틴 대통령이 안보 정책에서 대대적 변화를 꾀할 구실을 찾고 있다면 이번 테러가 그 빌미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내부 반대를 가혹하게 진압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군인을 추가 징집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공산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러시아가 서방 측에 테러의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한나 노테 전략연구센터(CSS) 선임연구원은 “크렘린궁은 IS를 이미 미국이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묘사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에서 IS 전사들을 파견하고 있다는 주장을 2년 전부터 펴왔다”고 강조했다.

테러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유·천연가스 등 원자재와 곡물가, 그리고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대표적 산유국 중 하나로 원유 판매 수익을 전쟁 재원으로 적극 활용해 온 러시아의 국내적 상황이 악화될 경우 원유 시장에 미칠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22일 테러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는 달러가 강세를 띠며 유가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전일 대비 0.12% 상승한 104.462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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