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탕’ ‘탕’ 하는 소리가 났는데 콘서트의 일부로 생각했다.” “피를 흘린 채로 바닥에 엎드려 죽은 척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 22일(이하 현지 시간) 발생한 테러의 생존자들의 증언에는 현장의 참혹함이 묻어 있었다. 이날 금요일 오후 5시께 록밴드 공연을 보기 위해 7000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테러범들은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한 뒤 불까지 질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리야 무라비요카(38) 씨는 공연 시작 5분 전에 남편과 맥주를 사기 위해 줄을 서던 중에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며 “아마도 밴드가 극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다행히 상황을 인지한 남편이 도망쳐 숨으라고 말해 목숨을 건졌다.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리나(27) 씨는 “총소리가 들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성들이 소총을 들고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며 “일행들 모두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옆에 피투성이가 된 부상자들이 많았고 또 한 여성이 다른 남성과 대화를 시도하다가 총에 맞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몸을 떨었다.
이번 테러로 얼굴과 팔 등을 다친 10대 소녀는 러시아 국영 통신사 RT에 “테러범 중 한 명이 사람들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며 “나는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엎드려 죽은 척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옆에 엎드려 있던 소녀가 죽는 것을 봤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목격자인 알렉산더 씨는 “(테러범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앞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쐈다”며 “밖으로 도망치면서 수없이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를 지나쳤다”고 했다.
시신이 발견된 현장은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 현지 언론 바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몸을 피하기 위해 찾았던 화장실에서 시신 28구가 발견됐다. 화장실에서는 아이들을 꼭 껴안은 채 숨진 어머니 시신도 발견됐다. 생존자들은 총격과 화재 등을 피해 많은 이들이 화장실에 모여 창문을 부순 뒤 탈출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또 시신 14구는 비상계단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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