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의료 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 정지 행정처분과 관련해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말했다. 당초 강대강으로 치닫던 ‘의정(醫政) 갈등’ 상황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중재자’ 역할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한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의료 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 요청했고, 이에 윤 대통령은 즉각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대변인실은 알렸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 국무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후 한동훈 위원장은 의료계 관계자들과 만나 파국으로 치닫는 ‘의정 갈등’과 관련해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며 중재자 역할에 나서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 4층 회의실에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을 만나 면담한 뒤 취재진과 만나 “국민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전의교협 측으로부터)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저에게)전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만남은 전의교협에서 먼저 국민의힘 당사 방문을 제안했다가 한 위원장이 병원으로 직접 찾아가겠다고 하면서 성사됐다.
한 위원장은 구체적인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는 전의교협 측과 다시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지켜봐달라”며 “건설적 대화를 도와드리고 문제 푸는 방식을 지켜봐달라”고 말을 아꼈다.
이날 면담은 오후 4시에 시작돼 약 50분 간 진행됐다. 국민의힘에선 한 위원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김형동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박정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 등 4명, 전의교협 측에서는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연세대 의대 교수), 조윤정 전의교협 홍보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전의교협 측이 한 위원장에게 정부-의료계 사이 중재 역할을 요청을 했고, 한 위원장이 양측의 꼬인 매듭을 푸는데 역할을 하게 된 모습이다. 향후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기회를 얻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의료계 대표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여야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처음이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오던 정부와 의료계 간에 ‘유연한 처리’와 ‘대화체 신설’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향후 갈등 상황 해소에 큰 힘이 실릴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 모두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면서도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실제로 조 장관은 이달 18일 서울 주요 5개 대형 병원, 19일에는 국립대병원장들과 간담회를 열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22일 “전의교협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조건 없이, 시간과 장소 구애 없이 만나자는 요청을 드렸기 때문에 응답이 있다면 즉시 만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전의교협 홍보위원장은 “(정부) 실무자로부터 김창수 비대위원장에게 달랑 문자가 온 게 전부라, 어떻게 언제 무슨 안건으로 만나자는 것인지 진정성 있게 제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25일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고 정부는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조치를 앞둔 가운데 현재 의정 갈등은 최고조로 치달은 상태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 방침을 철회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와 토론에 나서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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